[아이코닉 백] 다이애나의 패션 유산, 디올의 레이디 디올 백
최근 개봉한 영화<스펜서>를 통해 다시 주목받는 패션 아이콘이 있습니다. 바로다이애나 왕세자비라 불리는, 웨일스 공작 부인 다이애나입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점쳐지는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패션으로 이목을 끌고 있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에요.
1996년왕실을 벗어나 자선사업가로 새롭게 도약한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패션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그는 항상 의상이 어떻게 해석될지 고심했죠. 정말 중요한 문제로 여겼어요. <영국 보그> 편집장이자 왕세자비의 스타일 멘토였던 안나 하비가 증언하듯, 그는 패션이 갖는 메시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의 편애를 받았던 디올, 샤넬, 베르사체, 구찌, 토즈, 아르마니… 그중에서도 여기 소개하려는 레이디 디올 백과의 관계는 조금 특별합니다.
1995년 9월파리 그랑 팔레에서 개최된 폴 세잔 회고전의 개막식. 그곳을 찾은 다이애나 왕세자비에게 당시 프랑스 영부인 베르나데트 시라크는 새로운 디올 백을 선물했습니다. 당시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던 백은 크리스찬 디올의 뮤즈였던 미차 브리카드의 별명을 따 슈슈(Chouchou)라 불리던 참이었죠.
왕세자비는 선물로 받은 가방이 퍽 마음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1995년 리버풀을 방문하면서 베르사체 오렌지색 스커트 수트 차림에, 같은 해 아르헨티나 순방길에나서며 핑크색 원피스 차림에 이 가방을 드는가 하면, 1996년 멧갈라에서는 당시 디올의 디자이너갈리아노의 미드나잇 블루 슬립 드레스 차림에 디올의 가방을 든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그야말로 어딜 가든 이 가방과 함께였던 거죠.
왕세자비와 잘 어울린다는 호평이 쏟아지던 1996년. 이 가방은 공식적으로 레이디 디올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애칭 레이디 디(Lady Di)에서 유래한 이름과 함께 아이코닉 백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겁니다.
레이디 디올 백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 하는 건 ‘카나주’라는 퀼팅 패턴입니다. 이 모티브의 유래는 하우스의 창립자크리스찬 디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가 자신의 패션쇼에서 게스트를 위해 마련한 나폴레옹 3세 스타일 의자에서 착안한 거죠. 프랑스 역사에서 빛나는 시절을 상징하는 이 패턴은 의류와 가죽 액세서리 등에 다양하게 적용되면서 오늘날 디올 하우스를 대표하는 패턴이 되었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금속음을 내며 찰랑거리는 메탈릭 참 역시 크리스찬 디올에게서 비롯되었습니다. 행운과 점성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주머니에 네 잎 클로버와 작은 나뭇조각을 부적처럼 항상 지니고 다녔다고 알려져 있어요. 만지면 행운을 가져다줄 거라 믿었기 때문이죠. 이런 디올의 믿음은 이후 디자이너들이 럭키 참을 만드는 데 영향을 주었어요. 레이디 디올 백에 달린 알파벳 형태의 참은 행운을 믿는 디올의 신념을 계승한 셈입니다.
링으로 연결된 아치 모양 톱 핸들과 사각형 박스 모양 가방이 이루는 구조적 형태는 이 백을 고안한 당시 디올의 디자이너 지안프랑코 페레의 흔적이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그가 건축 학도였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