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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김새만으로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 러시아인의 이주민 태도 변천사

최근 20년 만에 이주노동자는 러시아 대도시와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는 한 부분이 되었다. 작년 한 해만 1600만 이주노동자가 러시아에 유입되었는데 그중 1200만 명(모스크바 전체 인구와 맞 먹는 수다)은 중앙아시아 출신이다. 지금 러시아는 그들의 노동으로 주택, 지하철, 쇼핑센터, 도로를 짓는다. 그들은 모스크바에서 대규모 건설 현장과 지하 80m 공사장에서 땀을 흘리거나, 유통망과 청소 대행업체 용역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출처: 알렉세이 필리포브/ 리아노보스티

소련 해체 뒤 중앙 아시아 사람들이 러시아로 유입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제5 물결'을 만들었다. 그 이전에는 우크라이나인, 아제르바이잔인, 몰도바인, 아르메니아인이 주류 노동자였다. 러시아는 외국인 구성비가 미국 다음으로 많아, 오랫동안 부동의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이다*. 하지만 러시아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인 67%가 이주노동자를 가난한 러시아 동부(중앙아시아, 편집자 주) 국가들로부터의 침입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레바다센터의 사회학자들은 타국에서 온 사람들을 반기지 않는 것은 일시적 경향이 아니라 러시아에 확고하게 구축된 분위기라서 새로운 이주 정책도, 톨레랑스 센터도 이러한 분위기를 변화시키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진 이유를 때로는 완전히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되는 이주민들

출처: AP러시아인들이 유독 반기지 않는다는 점을 기준으로 하면 아시아 출신 이주민에게 필적할만한 집단은 북캅카스 출신인 비슬라브계 러시아인뿐이다. 최근 몇 년간 우크라이나인에 대해서는 한 비관용적 태도가, 남캅카스 출신 이민자에 대해서는 긍정적 태도가 매우 높아졌다. 레바다센터의 카리나 피피야 연구원은 '우크라이나는 나쁘고, 조지아(그루지야)는 좋다'라는 말은 이들 국가와 러시아의 관계를 한마디로 완벽하게 설명한다고 말한다.

러시아 국내 정책에서 이주민 문제도 나름의 비중을 차지하는 이슈다. 카리나 피피야 연구원은 “정치인들이 이주민 이슈를 자기 입맛에 맞게 이용하면서 분위기 형성에 일조한다”라고 지적한다.

출처: 로이터

2013년 러시아 지방선거 당시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비자 협정 체결 문제가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주요 공약 중 하나였다. 재야 정치인인 나발니 후보는 모스크바 시장에 당선되지 못하고 2위에 머물렀지만 27%를 얻었다(시장으로 당선된 세르게이 소뱌닌의 득표율은 51%였다). 선거 당시에도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가 러시아 사회에 이미 팽배해 있었지만 지방선거 몇 달 뒤 무차별적 폭력과 경찰과의 충돌로 참사가 빚어졌던 모스크바 비률료보 지역의 대규모 시위를 계기로 이 문제가 세상 밖으로 터져 나왔다(비률로보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고용된 채소 저장고가 있다). 언론은 이 집회를 민족 문제로 몰고 갔다. 그 결과 레바다센터의 그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78%가 “타국 출신 이주민 유입을 반대한다”고 답해 2002년 이래 반대가 가장 많은 해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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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러시아 대선에서는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주민 이슈에 사람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선거 과정에서 이 이슈를 안 건드리고 넘어가기는 힘들 것으로 피피야 연구원은 내다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주민에게 중립적인 입장을 보이는 노선을 단계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주민 적응에 관한 법안 마련을 지시하고, 비자 체류기한을 넘긴 외국인들을 사면하고, 재입국할 기회를 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추가인지세를 도입하고, 외국인의 러시아 입국 목적과 기간을 면밀하게 확인하고 추적하도록 했다. 푸틴 대통령은 “무비자 협정을 맺은 나라에서 러시아로 입국해 별다른 목적 없이 오래 체류하는 외국인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겉으론 목적이 없어보여도 실제론 뭔가 목적이 있을 것이다. 단지 정부가 그 목적이 뭔지 모를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출처: AP

러시아 재야 정치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이 문제를 과감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발니는 자기 트위터에 “나는 중앙아시아에 우호적이지만, 비자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쓰면서 누구보다 먼저 비공식적인 대선 선거운동을 개시했다. 이제 '이주노동자를 위한 노동 비자' 발급 문제는 다시 그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알렉세이 나발니의 대선 출마 여부는 아직 공식화 되지 않았다.

환영과 같은 수백만 이주민들

출처: AP

비률료보 시위, 시리아 난민으로 인한 유럽의 위기, 아기 머리를 절단한 심신 상실 상태의 우즈베키스탄 출신 유모 등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이주민 관련 사건이나 문제가 발생하기만 하면 그들에 대한 부정적 감정과 외국인 혐오증이 급격히 강화된다. “이라크-레반트 이슬람 국가(ISIL)는 등록지를 바꾼다. 테러분자-이주민은 중앙아시아에서 유입된다”는 지난 4월 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발 테러가 일어난 후 러시아 전국 방송 NTV가 내보낸 방송의 표제다. IS와 이주자를 연결시키는 자극적인 표제다. “이주 노동자들이 근무하는 모든 곳, 특히 외주업체나 청소대행업체, 공사장 등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은 몇 년 전 현지인 청소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이주민들로 그 자리를 채웠다. 생김새를 보고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라는 논조로 시민들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외국인 혐오증을 잠재우려면 더 강력한 이슈가 등장하길 기다리는 방법 외엔 아직 다른 수가 없어 보인다.

출처: AP

2014년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노동 허가증(비용이 꽤 든다)을 발급받도록 이민 정책이 바뀌었지만 여론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 정책에 따라 유입 이주민이 크게 줄었지만 (러시아 통계청의 공식 자료에 따르면 수 십 % 감소했고 일부 민족은 40% 이상 감소했다), 여론조사에서 보듯 러시아 국민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레바다센터는 “여론조사의 포커스 그룹은 노동 허가증 발급 제도를 알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한다. 2016년 조사에서 응답자 78%가 엄격한 비자 발급 제도 도입에 찬성했다”라고 설명했다.

출처: 발레리 멜니코프/ 리아노보스티

경제위기 상황도 외국인 혐오증이 높아지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보통 경제위기가 닥치면 과민 반응이 더욱 거세진다. 현재 러시아에서 타지키스탄 사람은 '저임금과 강도 높은 노동을 참아내야 하는 이른바 3D 업종에서 일할 준비가 된 불법체류자'와 동의어처럼 돼 있다. 정작 러시아인들은 그런 자리를 기피하면서도 이주노동자가 자기 일자리를 뺏아간다고 생각한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갈수록 약해지는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피피야 연구원이 지적한다.

출처: 발레리 멜니코프/ 리아노보스티

일자리 문제를 떠나 러시아인들은 이주노동자들의 낮은 교육수준과 단순 노무직종에 맞는 자질밖에 갖추지 못한 점도 곱지 않게 본다. (응답자의 32%가 그렇게 답했다). 또 문화적, 사회적, 언어적 장벽도 문제라고 본다. “별 의미가 없는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자기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자기들 나라에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등이 이주민들을 향한 가장 흔한 불만이다. 러시아인들이 이주민에게 공감하거나 이해하기보다는 적대시한다고 볼 수 있다.

*국제이주기구가 집계한 자료를 따름.

>> 사할린과 중앙아시아 한인들은 왜 서로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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