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 법, 라이펜 P3 프로 전기 면도기
약 23년 전, 3세대 아이팟 클래식을 샀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박스를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던 그 감각. 매끈한 금속 뒷면과 절제된 스크롤 휠까지, 모든 디테일이 완벽하게 계산된 듯한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최근 그때와 같은 감각을 다시 느끼게 한 제품은 의외로 최첨단 IT 기기가 아니라 전기면도기였다. 바로 라이펜 P3 프로. 가격은 약 34만 원으로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60만 원에 가까운 파나소닉 고급 모델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라이펜은 2019년에 설립된 중국 브랜드라 아직 낯설 수 있다. 저가 그루밍 제품이 넘쳐나는 시장에서 의심부터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완전히 다르다. 단순한 면도기가 아니라, 마치 애플 비밀 연구실에서 튀어나온 물건처럼 느껴진다. 2주 동안 메인 면도기로 사용해본 결과는 이렇다.
손에 쥐는 순간 납득 가능한 디자인
애플이 면도기를 만든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것이다. 작지만 묵직하고, 약 180g의 무게는 부담스럽기보다 오히려 ‘잘 만든 물건’이라는 확신을 준다. 알루미늄 유니바디는 하나의 블록에서 깎아 만든 구조로, 마감이 굉장히 단단하다. 어디 하나 싸구려 느낌이 없다. 내부 모터가 살짝 보이는 투명 창 디테일도 불필요하지만 그래서 더 좋다.
구성은 단순하다. 디스플레이도, 앱도 없다. 측면 버튼 하나로 끝이다. 대신 처음에는 미끄러운 금속 표면 때문에 적응이 조금 필요하다. 하지만 금방 손에 익고 나면 오히려 더 편하다. 작은 사이즈 덕분에 손과 피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얼굴 굴곡을 따라 움직이기 쉬워진다. 실제로 얼굴뿐 아니라 두피에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다.
작은데 센 성능
작은 크기와 달리 성능은 상당히 강력하다. 듀얼 리니어 모터 덕분에 고속 커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 과장이 아니다. 3중 포일 블레이드는 피부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지나가면서 깔끔하게 수염을 잘라낸다. 특히 목이나 두피처럼 민감한 부위에서도 자극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면도 후 결과는 매끈하다. 과하게 깎인 느낌 없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다만 헤드가 작기 때문에 두피 전체를 밀 때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이건 단점이라기보다 콤팩트 디자인의 트레이드오프에 가깝다.
딱 필요한 만큼의 배터리
배터리는 약 100분 사용 가능하며 실제 사용에서도 그 수준을 유지한다. USB-C 충전을 지원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여행 시 스마트폰 충전기 하나로 해결된다. 급속 충전도 지원해 급할 때 잠깐 충전해도 사용할 수 있다.
구성품: 아쉬운 한 끗
구성은 단출하다. 본체, USB-C 케이블, 자석식 보호 캡이 전부다. 문제는 이 정도 가격이면 기본 파우치 정도는 넣어줄 법하다는 점이다. 여행용으로 들고 다니기 좋은 제품인데, 따로 보호 케이스가 없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상위 패키지에는 케이스가 포함되지만 가격이 더 올라간다.
결론: 살 만한가
라이펜 P3 프로는 단순한 면도기가 아니라 ‘디자인 제품’에 가깝다. 물론 더 저렴한 제품도 있지만, 이 정도 마감과 디자인, 그리고 성능까지 갖춘 제품은 드물다. 작은 크기가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겠지만, 데일리 면도나 여행용으로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특히 고가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한 줄로 정리하면, 잘 만들었고, 생각보다 강력하며, 사용 자체가 즐거운 면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