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MZ들이 ‘탈레반 스니커즈’라 불리는 신발에 환호하는 이유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전투원들이 즐겨 신던 서비즈 치타. 지금은 밀리터리 서플러스 스토어 아메리카나 파이프드림에서 계속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진짜? 그게 뭔데, 왜?
몇 년 전, 온라인 밀리터리 서플러스 스토어 아메리카나 파이프드림의 창립자이자 CEO인 로건 맥그래스는 위스콘신 창고로 파키스탄산 흰색 가죽 하이톱 스니커즈 수백 켤레를 들여왔다. 그는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인을 고용해 여러 매장을 돌며 가능한 한 많은 수량을 사들였다. 그리고 그걸 인터넷으로 판매하기 위해 사이트에 올렸고 이내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전량 매진됐기 때문이다. 이 스니커즈에는 분명한 ‘이력’이 있었다. 서비즈 치타는 전통적으로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전투원들이 즐겨 신던 신발이었다.
2021년 뉴욕타임스는 이 신발을 “탈레반 전투원들에게는 일종의 지위 상징이자, 끝나지 않는 전쟁을 떠올리게 하는 섬뜩한 상징”이라고 묘사했다. 많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이 신발은 두려움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미국의 컬렉터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1980년대 스타일의 레트로한 디자인, 그리고 9·11 이후 미국이 벌인 ‘테러와의 전쟁’과 연결된 문화적 맥락이 향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대 밀리터리 스타일과 전술 장비에 대한 관심이 확산됐고, 이 스니커즈 역시 그 흐름 속에서 인기를 얻었다. 아메리카나 파이프드림을 비롯한 여러 밀리터리 서플러스 매장들은 이 신발을 항상 재고 부족 상태로 유지할 정도다.
최근 2년 동안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던 이 매장은 지난주 2,000켤레를 새로 들여왔지만, 이번에도 일부 사이즈는 즉시 품절됐다. 우리는 맥그래스를 만나 치타의 기원과 미국 소비자들이 이 신발에 열광하는 이유를 들었다.
서비즈 치타는 파키스탄 브랜드에서 만든 신발이다. 어떻게 아프가니스탄 전장에서 이렇게 널리 퍼지게 됐을까?
서비즈는 파키스탄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브랜드로, 현지에서는 나이키나 아디다스에 준하는 인지도를 가진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탈레반이 신던 웃긴 운동화’라는 이미지로 더 알려져 있다. 이 아이러니가 오히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흥미를 준다. “20년 동안 싸운 상대가 이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고?”라는 반응이다.
이 신발은 단순한 스니커즈가 아니라 1980년대 감성을 그대로 담고 있다.
현대 러닝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소련 시절 아디다스 카피 제품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서비즈는 1920년대 세 친구가 설립한 회사로, 처음에는 타이어, 군용 부츠, 가방 등을 만들다가 결국 신발에 집중하게 됐다. 영국령 인도군을 위한 부츠 생산도 했고, 이후 섬유, 오토바이 타이어, 방독면 등 다양한 제품을 거쳐 현재의 신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서양의 브랜드와 비교한다면 비슷한 게 뭐가 있을까?
파키스탄 내에서의 인지도로 보면, 아마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국제적인 존재감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그런데 2022년부터 이 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가 확인한 한 가지는, 최소한 온라인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이 이미 EU와 북미 지역에 법인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치타스는 어떻게 만들어진 신발인지 궁금하다.
치타스 자체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걸 만든 서비스의 역사 쪽이 더 흥미롭다. 이 브랜드는 1920년대에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세 사람이 함께 설립했는데, 시작은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신발 회사와는 꽤 거리가 있었다.
그때면 아직 인도와 분할 이전이겠네.
맞다. 이들은 타이어나 군용 부츠 같은 실용적인 물자를 만드는 데서 출발했다. 특히 영국령 인도군에 납품할 부츠를 제작하면서 기반을 다졌고, 동시에 핸드백이나 각종 가방류도 함께 만들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사업은 점점 확장된다. 섬유 제품은 물론이고 오토바이 타이어, 심지어 방독면까지 생산하면서 상당히 다양한 산업에 손을 뻗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꽤 산만해 보일 정도의 포트폴리오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서 방향이 정리된다. 여러 제품군 중에서도 신발이 가장 수익성이 좋고 대중적으로 팔기 쉽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풋웨어’에 집중하게 되었고, 결국 오늘날 우리가 아는 브랜드의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신발이 탈레반 스니커라고 더 잘 알려져 있다. 탈레반과 이 신발 관련한 정보를 더 알려준다면?
우선 탈레반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이 신발은 파키스탄과 인근 지역에서 널리 신던 대중적인 운동화였다. 서비스는 1940년대부터 이미 활동해온 브랜드였고, 일상용 신발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이 이미지가 형성되기 시작한 건 2001년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진입하면서부터다. 사실 그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소련과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무자히딘이 비슷한 스타일의 러닝화를 신은 모습이 종종 포착된다. 특정 ‘치타스’ 모델이 정확히 확인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가볍고 저렴하며 구하기 쉬운 운동화가 전투 환경에서 실용적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 신발을 들여온 것은 2022년부터고?
이후 2000년대 전쟁 보도와 사진, 영상이 미국에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현지 전투원들이 신던 신발 이미지가 하나의 상징처럼 굳어졌다. 그렇게 원래는 평범한 생활용 운동화였던 제품이 특정 집단과 연결된 이미지로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다. 말하자면 기능성과 접근성 때문에 선택된 신발이, 나중에 문화적·정치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된 케이스다. 한편 유통 방식도 꽤 흥미롭다. 2022년 무렵까지는 개인이 현지에서 물건을 사 와서 되파는 식의 소규모 루트를 통해 공급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보다 공식적인 공급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들여오는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직접 들여오려고 시도는 안 해봤나?
이 브랜드를 만든 서비스와 직접 거래를 시도하긴 했지만, 반응이 없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롭다. 인터뷰에 따르면, 그 쪽은 아마 자체적으로 해외 유통을 구축하는 데 더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외부 리테일러와 적극적으로 협업할 생각이 있었다면 연락에 응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단순한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특정 업체를 배제하려는 의도라기보다는 전략적인 선택에 가깝다.
그렇다면 ‘치타스’는 실제로 탈레반 사이에서 얼마나 흔했을까?
명확한 통계는 없지만, 상징적인 일화는 있다. 뉴욕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한 탈레반 지휘관이 무전으로 부하에게 치타스 200켤레를 사오라고 지시하며 “편하게 싸우게 하고 싶다”는 취지의 말을 남긴 사례가 있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선택 이유는 충분히 짐작된다. 군용 부츠보다 훨씬 저렴하고, 현지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가볍고 편하다.
게릴라전 군인들에게 어필이 되는 것 같다. 군화를 신지 않으면 대중에 섞이기 쉬우니까.
또 하나 중요한 포인트는 ‘위장성’이다. 게릴라전의 특성상 민간인과 섞이는 것이 중요한데, 군화 대신 일반 운동화를 신으면 훨씬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동시에 여러 명이 똑같은 신발을 신으면 오히려 티가 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군용 장비보다 자연스럽게 보이는 선택이다.
이 신발이 잘 팔려나가서 놀랐겠다. 혹은 예상했나?
이제는 그렇게까지 놀랍지 않다. 처음에는 정말 충격이었다. “뭐야 이거?”라는 반응이었다. 그냥 웃긴 기념품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실제로 이 신발을 좋아하더라.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하고, 그 뒤에 있는 이야기도 흥미롭게 느낀다. 지금 와서 보면 이해가 되긴 하지만, 처음 이걸 들여오기 시작했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미국에서 왜 이렇게 ‘탈레반의 신발’이 인기를 얻는 걸까?
이 신발이 미국에서 계속 인기를 얻는 이유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일종의 문화적 수집 욕구, 즉 ‘적대 세력의 물건’을 기념품처럼 소비하는 경향과 맞닿아 있다. 과거 냉전 시기의 소련 기념품이나 동독 물건, 혹은 전후 일본군 재킷 같은 것들을 모으던 흐름과 비슷하다. 전쟁과 충돌의 경험이 어떤 물건에 상징성을 부여하고, 그게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구조다.
앞으로도 인기가 있을까?
상징성에 더해 치타스는 “신을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역사적 맥락을 모르고 보면 그냥 평범한 레트로 러닝화처럼 느낀다. 특정 집단을 연상시키는 강한 외형적 특징이 없기 때문에 일상적으로 소화하기 쉽고, 오히려 그 ‘평범함’이 매력으로 작용한다.
최근 탈레반이 다시 아프가니스탄에서 권력을 잡은 이후에도 이 신발이 여전히 인기가 있는 신발인가?
확실히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아프가니스탄 국방부 관계자를 자처하는 한 트위터 계정이 “무자헤딘 시절의 패션이었기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식으로 답변한 사례가 있긴 하다. 물론 계정의 진위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적어도 이 신발이 단순한 장비를 넘어 일종의 상징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