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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 집착 시대, 우리가 간과하는 것

단백질 보충제를 추가 섭취하는 것이 자기 관리인 시대다. 당신이 간과하는 ‘단백질 집착’의 이면에 대하여.

한국에서도 ‘단백질’을 겨냥한 다양한 형태의 보충제를 어디서나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 같은 보조 식품이 우리에게 꼭 필요할까?

한 주를 시작하며, 메일을 열어보고 놀랐다. 또 한 명의 셀럽이 단백질 보충제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소식이었다. 2011년 TEDx 강연이 이슈가 되며 자기 계발 전문가로 떠오른 변호사 출신 작가 멜 로빈스(Mel Robbins)는 지난 1월 5일 주머니 크기의 단백질 보충제 ‘퓨어 지니어스 프로틴(Pure Genius Protein)’을 선보였다. 약 90ml 용량에 단백질 23g이 들어 있는 제품이다. “지금껏 맛본 어떤 단백질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그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멜 로빈스는 모든 플랫폼을 통틀어 약 9,0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배우, 인플루언서, 스포츠 스타들 사이에서 단백질 보충제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점점 많이 들려온다. 클로이 카다시안은 ‘클라우드(Khloud)’를 설립해 고단백 팝콘을, 비너스 윌리엄스는 식물 단백질 파우더 ‘해피 바이킹(Happy Viking)’을 출시했다. 미국 드라마 <화이트 로투스> 마지막 시즌에서 바람둥이 캐릭터를 연기한 패트릭 슈왈제네거는 2021년 가족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 전 캘리포니아 주지사 부인인 어머니 마리아 슈라이버(Maria Shriver)와 모쉬(MOSH) 단백질 바를 개발한 것이다. 다른 사업을 하던 유명인들도 단백질 열풍에 합류했다. 톰 브래디의 TB12, 케이트 허드슨의 인블룸(InBloom), 기네스 팰트로의 구프(Goop), 마크 월버그의 퍼포먼스 인스파이어드(Performance Inspired), 제니퍼 로페즈의 바디랩(BodyLab), 아놀드 슈왈제네거와 르브론 제임스의 래더 스포츠(Ladder Sport)는 최근 단백질 제품을 여럿 선보였고, 지금도 꾸준히 판매 중이다.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기보다 기존 브랜드와 협업하는 방식으로 유행에 동참하는 이들도 있다. 지난가을 제니퍼 애니스톤은 바이탈 프로틴(Vital Proteins)의 아트 디렉터로 참여했다. 잭 에프론은 고단백 믹스 제품(죽, 팬케이크, 와플)으로 유명한 코디악 케이크(Kodiak Cakes)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다. 이 기사가 완성되는 사이 던킨은 새로운 단백질 음료를 출시하며 메건 디 스탤리언이 출연한 광고를 공개했고, 인플루언서 피터 아티아(Peter Attia)는 데이비드 프로틴(David Protein)의 새 브론즈 바 출시를 홍보하는 도발적인 광고에 줄리아 폭스를 내세웠다. 영상에서 폭스는 메이크업 수정을 받으며 이렇게 말한다. “진짜 너무 맛있어요. 장담하건대, 돈을 많이 줘서 하는 말이 아니에요.” 그녀가 말하는 동안 바스락거리는 포장지 소리가 들린다.

멜 로빈스의 단백질 브랜드 론칭 소식에 기시감이 들었다면 정상이다. 10여 년 전 할리우드가 또 다른 유행에 빠졌을 때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때는 셀럽의 뷰티 라인이 인기였다. 어느 유명인이 뷰티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쉬지 않고 쏟아졌다. 카일리 제너의 카일리 코스메틱스, 제시카 알바의 어니스트 뷰티, 리한나의 펜티 뷰티(이후 펜티 스킨), 킴 카다시안의 KKW 뷰티, 레이디 가가의 하우스 랩스, 트레시 엘리스 로스의 패턴 뷰티, 밀리 바비 브라운의 플로렌스 바이 밀스, 셀레나 고메즈의 레어 뷰티, 빅토리아 베컴의 빅토리아 베컴 뷰티, 알리시아 키스의 키스 소울케어, 아리아나 그란데의 R.E.M. 뷰티, 제니퍼 애니스톤의 롤라비, 헤일리 비버의 로드 등 전부 나열하자면 입이 아플 지경이다.

포화 상태인 지금의 단백질 브랜드 시장을 보고 있으면 뷰티 사업이 유행하던 때, 혹은 그 전 시절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2023년 <포브스> 기사에서 지적했듯, 뷰티 상품 전에는 셀럽들이 만든 향수가 여럿 출시됐다. 코로나19 이후 풀 메이크업의 인기가 한풀 꺾이고 ‘클린 걸 룩(극적인 변화보다는 미묘한 개선을 추구한다)’이 부상하며 ‘마른 몸이 미덕’이라는 사고방식이 다시 은밀하게 퍼졌다. 그러자 셀럽들은 화장품에서 멀어지고 셰이크, 바, 파우더 등 단백질을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삼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단백질이 새로운 뷰티 라인이 된 것이다.

영양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이런 변화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단백질과 근육 증가 사이의 오랜 연관성에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진 이른바 ‘단백질 부족’에 대한 불안감이 맞물리면서 단백질을 추앙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평범한 영양소였던 단백질이 만병통치약이 된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의 2025년 조사에 따르면, 2022년 7월부터 2025년 4월 사이에 단백질 섭취를 늘리고 싶다고 답한 미국 소비자의 비율은 33%에서 44%로 늘었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미국인이 단백질을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단백질에 대한 집착이 근거가 있든 없든 결과는 똑같다. 단백질은 어디에나 빠지지 않는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큼지막한 글씨로 반짝이고, 틱톡에서는 종교처럼 단백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각종 인터뷰와 광고에서도 단백질이 언급된다. 심지어 물, 커피, 쿠키 같은 단백질과 전혀 상관없는 식품에도 은근슬쩍 등장한다. 돈 냄새를 맡은 브랜드는 마케팅 공세를 퍼부으며 자사 제품에 단백질을 ‘끼워’ 판다. 이런 환경에서 유명인들의 단백질 브랜드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한 논리를 따른다. 단백질 열풍이 지속되는 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이다.

하지만 단백질이 ‘뷰티’의 새 기준이 되었다고 결론짓기는 이르다. 여기에는 포괄적 질문이 따른다. 단백질 열풍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미적 기준에 무엇을 시사하는가? 그것은 깡마른 몸이 다시 유행하고 다이어트 약물이 폭증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언급했듯 오래전부터 고단백 식단은 운동선수나 피트니스에 관심 많은 아마추어에게 권장하는 식단이었다. 그들이 사는 세계에서는 대체로 마르고 탄탄한 특정 체형을 유지해야 한다. 지금의 단백질 열풍이 마케팅 전문가들이 말하는 ‘컨디션 향상’이나 ‘건강 되찾기’라는 단순한 욕구보다 더 어두운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달리 말해 단백질 열풍은 체중 감량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현상이 현대적으로 발현된 결과일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에게 단백질을 팔아치우는 유명인들은 이에 공모하는 걸까?

2000년대 초, 나는 획일적인 외모 기준으로 암울한 시절을 겪었다(내가 속한 백인 주류 사회는 금발에 파란 눈을, 그 뒤에는 굴곡이 전혀 없는 삐쩍 마른 몸을 열망했다). “단백질 섭취량을 늘리세요”라는 말이 ‘살 빼세요’나 ‘몸을 탄탄하게 만드세요’라는 뜻의 또 다른 주입식 암호가 아니길 바란다. 하지만 그 말이 ‘정확히’ 그런 의미인 것 같아 두렵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전통으로의 암울한 회귀를 예고하는 것이다. 마른 몸매가 미의 기준일 뿐 아니라 인간 가치의 가장 중요한 척도로 공공연히 취급되는 사회로 말이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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