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학자 윤태경 박사 “우리 숲은 더 건강해질 수 있어요”
산림학자가 들려주는 지금의 숲 이야기.
EXPERTㅣ윤태경 박사
∙ 국민대학교 산림환경시스템학과 교수
∙ 현신규학술상 젊은과학자상 수상(’03)
∙ 유튜브 ‘윤퀴즈 숲의호흡연구실’ 운영
∙ 기후환경법정책센터 연구 위원
식목일을 맞아 우리나라 산림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서 교수님을 찾게 되었어요. 첫 번째 궁금증은 ‘산림의 주기’와 관련한 내용입니다. 마치 인간의 생애처럼 숲도 라이프 사이클이 있을 것 같아서요. 이 주기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기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통은 이렇습니다. 인공림의 관점에서 설명드리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산림을 경영하는 자가 펄프라든지 땔감이라든지 속성수를 키운다면 그 주기를 30-40년 정도로 볼 수 있어요. 반면에 건축에 쓰일 고급 목재를 키운다면 80년 정도의 사이클로 갈 수도 있죠. 이처럼 산림의 주기는 숲에 분포하는 수종이나 경영 목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럼 자연림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자연림은 사실 애매모호해요. 분포하고 있는 수종도 다양하고, 숲을 이루는 생태계도 주기에 영향을 미치니까요.
우리나라 산림은 전체 국토 면적의 62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럼 이 중에서 인공림의 면적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전체 산림 면적의 20퍼센트 정도가 인공림이에요. 그럼 나머지가 전부 자연림이냐, 여기에는 검토가 필요해요. 인공림과 자연림 그 경계에 있는 ‘준자연림’에 대한 구분이 학계에서 논란이 있고 논의가 진행 중이라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기가 어렵거든요.
‘인공림’을 조성하기에 우리나라 산림 환경은 어떤가요?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저는 ‘흙수저’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기후나 지형, 토양의 질을 봤을 때 금수저는 분명 아니고요. 과거 ‘민둥산’처럼 황폐화가 많이 진행된 상태에서 녹화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까 토양이 발달하기에도 시간적으로 부족했어요. 지질을 보더라도 화강편마암 기반이 대부분이라 물은 잘 빠지지만 동시에 양분이 부족해지는 면도 있고요. 타고난 환경은 ‘흙수저’지만 노력하면 충분히 좋게 가꿀 순 있어요.
쉬운 비유 덕분에 이해가 명확히 됐어요. 그럼 부단히 노력한 지금의 산림 환경은 어떤가요?
일단 양적으로 보면 숲이 무성하죠. 우리 산림이 울창해질 수 있는 정점에는 비슷하게 도달해 있는 것 같아요. 여기에는 증거가 있어요. 우리나라 탄소 흡수율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어요. 즉, 나무가 자라면서 탄소를 저장하는데 요즘 이 탄소 흡수율이 피크에 도달하려는 추세거든요. 그런데 반면 좀 더 챙겨야 하는 과제도 있죠. 예를 들면 숲의 생물 다양성과 같은 부분인데요, 야생 동물들의 생태계도 더 발전하면 좋겠어요. 종종 외국 사람들이 우리 숲을 보고 ‘좀 조용하다’고 말할 때가 있어요. 새소리도 적게 들리고요. 이건 우리 숲에서 어떤 형태의 생산 활동이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서 그래요. 동물이 됐든 사람이 됐든, 숲 안에서의 활동들이 더 활발해진다면 질적으로도 우리 숲이 더 건강해질 수 있겠죠.
그럼 녹화 사업 당시엔 주로 어떤 나무들을 심었나요?
당시 민둥산의 환경은 정말 척박했죠. 그래서 이런 안 좋은 환경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나무들을 수입해 심었어요. 물론 병해충에도 강하고요. 대표적인 게 리기다소나무, 아까시 나무예요. 일반 소나무도 심긴 했지만 ‘솔나방’이라고 하는 소나무 병해충에 취약했어요. 그래서 좀 더 저항성 있는 리기다소나무를 대거 심었죠. 아까시나무 같은 경우는 콩과의 낙엽 교목이어서 질소 고정 능력이 있어요. 그러면 이게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거든요. 이 두 나무를 많이 심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뒷산 어디든 가면 쉽게 만날 수 있어요. 그리고 녹화 사업 이후, 그러니까 우리나라 산림이 어느 정도 회복된 다음에는 점차 다른 수종들로 대체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떤 나무들로 대체되었나요?
이도 역시 산림 환경이나 지역마다 다른데, 대표적인 건 일본에서 가져온 낙엽송이라는 나무가 있고, 상수리나무도 있고요. 그리고 충청도 쪽에는 밤농가들이 많아 밤나무를 많이 심고요. 따뜻한 남쪽 지역 같은 경우는 일본에서 들여온 편백나무, 그리고 삼나무를 많이 심고 있어요.
대체목들도 환경 저항성이 좋고, 병해충에 강한 특징을 갖고 있겠죠?
과거엔 해당 조건이 우선이었는데 지금은 거기에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은 수종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결국 경제적 가치가 있는 나무들을 주로 심었죠.
이렇게 나무를 심을 땐 몇 년 정도 자란 묘목을 심나요?
이도 심을 곳의 환경이나 수종에 따라 다른데 보통은 1~3년 정도 자란 묘목을 심습니다.
나무를 먼저 심어야 하는 우선 산림도 있겠죠?
기준이 있겠습니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지금은 나무를 심을 데가 없어요. 지금은 기존에 있는 나무를 베어야 심을 수 있는 환경이에요. 그러니까 지금은 잘 자란 나무를 벌채한 다음 그 자리에 새로운 나무를 심는 구조인 거죠.
이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에요. 새롭습니다.
물론 아주 작은 자투리 땅을 찾아내서 심는다든지, 도심 옥상을 녹화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건 정말 ‘영끌’ 수준이죠. 결국 우리나라에서 지금 나무를 심는 방법은 벌채한 곳에 재조림을 하는 구조가 맞습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면적을 벌채하면 환경에 좋지 않기 때문에 이도 적은 규모로 조금씩, 점진적으로요.
안타깝게도 최근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자연스럽게 ‘숲 가꾸기’의 중요성도 같이 높아지고 있어요.
‘숲 가꾸기’라는 게 나무를 심고, 수확하기 전까지의 모든 관리 과정을 말하는데요, 쉽게 설명하면 농사와 비슷합니다. 사람의 손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죠. 시대에 따라 이 ‘숲 가꾸기’의 모습도 좀 차이가 있어요. 1970-1980년대에는 작업이 ‘녹화’에 집중됐어요. 그러다 1990-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거에 심은 1세대 나무들이 잘 자라면서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됐고요. 지금은 그 1세대 나무들을 벌채, 수확하는 과제, 그리고 다시 2, 3세대 수종들을 키워내는 과제가 화두예요.
흥미롭네요. 그럼 산림 조성 말고 ‘숲 가꾸기’의 다른 목적도 있다면 그건 어떤 걸까요?
산림의 역할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겠죠. 대표적으로 몇 년 전에 집중했던 탄소 흡수율 관련한 부분이 있고, 대형 산불을 기준으로 한다면 재난 안전의 역할에서 진행하는 ‘숲 가꾸기’도 있겠죠. 과거에 미세먼지가 한창 심했을 땐, 이를 저감하는 ‘숲 가꾸기’가 각광받기도 했어요. 방법은 다양합니다. 이 외에도 경제적 가치, 산림 휴양의 관점에서 진행할 수 있는 ‘숲 가꾸기’도 있죠.
이렇게 다양한 목적에서 또 오랜 시간을 들여 가꾼 우리 숲일 텐데, 산불로 한순간에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마음이 아픕니다.
그렇죠. 내화수종 위주로 심어서 재건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죠. 제가 크게 안타까웠던 것 중 하나는 이런 내용이었어요. 1년 치 탄소 흡수량의 상당 비율이 산불로 인해 한순간에 날아가게 된 것. 그 정도 양의 탄소를 흡수하기 위해 이 나무들이 수십 년 동안 자라왔을 텐데,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만에 그 탄소가 전부 배출된 거죠.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올 거예요.
우리나라 산림의 미래 모습을 예측해본다면, 교수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한 2050년 정도를 떠올려 본다면요.
아까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62퍼센트가 산림이라고 했는데요, 그 62퍼센트의 산림이 지켜진다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어요. 탄소 흡수 산림, 재난 안전 산림, 생태 산림 등 우리나라 산림이 가야 할 건강한 방향들은 이미 잘 정립돼 있죠. 대신 질적인 측면에서 우리가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겠고요.
조금은 삐딱한 질문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것이 현재 산림 환경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시나요?
오, 흥미로운 질문이네요. 음, 우리가 지금의 식목일에 의미를 두자면 이 부분일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산림을 성공적으로 가꾼 것을 기념하는 날. 이 부분에서는 우리가 정말 커다란 자부심을 가져도 돼요. 우리나라만큼 성공적으로 산림 복구를 해낸 국가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를 기념하는 의미, 더하여 그 정신을 미래 세대들에게 전달한다는 상징성으로서 현재의 ‘식목일’을 맞이한다면 좋지 않을까요? 참, 그런데 최근에 식목일 날짜에 대한 의견이 좀 나온 게 있어요. 날짜를 옮기는 것에 대해서요.
날짜요?
네. 기후 변화 때문에요. 그러니까 식목일을 좀 당겨야 한다는 논쟁이 있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4월 5일이라는 날짜는 과거의 기후 환경이 기준일 텐데, 지금은 그 시기 즈음이 되면 정말 덥거든요. 묘목이나 꽃을 심었을 때 금방 말라 죽기도 하고요. 어디까지나 잠깐의 논쟁이긴 했습니다만, 3월로 옮겨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 건 사실입니다. 당연히 상징적인 측면으로 본다면 4월 5일을 유지하는 게 좋겠죠.
기후 이야기가 나와서요, 우리나라 산림에는 어떤 변화가 관찰되고 있을까요?
기온이 올라가면서 침엽수들이 점점 쇠퇴하고 있어요. 소나무가 대표적이에요. 자연림을 예로 들면 소나무가 참나무와의 경쟁에서 뒤지면서 점점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요. 애국가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의 대표 수종이었는데 지금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가 남산에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아요. 음, 지리산이나 한라산에 분포하고 있는 아고산 침엽수림도 마찬가지예요. 거기에는 구상나무 가문비나무, 주목 등이 있는데요, 많이 쇠퇴하고 있죠. 한라산 1천7백 미터쯤에 구상나무 숲이 있어요. 올라가서 보면 놀라실 거예요. 많이 죽었거든요. 고사목들이 빽빽해요. 지금 아고산 침엽수림들은 전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국가 온실 가스의 총 배출량 7억 7백20만 톤 CO2-eq (CO2 환산 배출량)으로, 이 중 산림이 4,100만 톤 CO2-eq을 흡수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우리나라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5.8퍼센트 수준이다.
산불 발생 후 완전한 복원까지 걸리는 시간 토양과 지형의 안정까지는 3~5년, 나무가 숲이 되기까지는 30년 이상이 걸린다. 나아가 생태계의 완성까진 1백년이 걸린다.
침엽수의 위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침엽수의 개체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는 우리 산림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지리산, 한라산에 분포하는 아고산 침엽수림이 많은 부분이 쇠퇴 중이다. 침엽수의 위기인 것이다.
숲의 기능 국립산림과학원이 숲의 기능을 12개 항목으로 나눠 계산한 결과, 1위 온실가스의 흡수 및 저장 기능(97.6조원), 2위 산림 경관 기능(31.8조원), 3위 산림 휴양 기능(28.4조원) 순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숲의 기능에는 수자원 저장 기능과 토사 유출 방지 기능, 생물 다양성 보전 기능 등도 있다.
산림의 공익기능 가치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국토녹화 50주년’을 맞이하여 평가한 산림의 공익기능 가치(2020년 기준). 이는 2018년에 산출한 평가액과 비교했을 때 37조원가량 증가한 수치다. 증감 원인으로는 온실가스의 흡수 및 저장, 산림 휴양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