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금값에 갈 데까지 간, 금시계 추천 6
딜러와 경매 관계자들은 롤렉스 브레이슬릿마저 고철 값으로 녹여 팔리는 지경에 이른 이유를 설명한다.
애호가들은 손으로 조립한 무브먼트와 시대를 타지 않는 디자인을 찬양하곤 하지만, 시계의 가치는 결국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에 크게 좌우된다. 예를 들어 골드 워치는 최고 브랜드의 드림 워치일 수 있지만, 그 가치의 상당 부분은 그 자체로 귀금속인 금에서 나온다. 그리고 지금 금은 평소보다 훨씬 더 귀해 보인다. 하루 이틀, 혹은 몇 주 단위의 통상적인 변동은 제쳐두고 보더라도 금값은 9월 이후 꾸준히 올라왔다. 50%가 넘는 상승폭이다. 그리고 금값이 지정학적 혼란기마다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금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중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금값이 오르면 자연히 골드 워치 가격도 오른다. 그런데 이 흐름은 취향의 변화에 따른 관심 증가와 맞물렸거나, 혹은 그 뒤를 따른 모습이다. 서브다이얼의 커머셜 총괄 팀 그린은 “사람들이 다시 옐로 골드에 열광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메이페어 벌링턴 아케이드에서 빈티지 롤렉스를 판매하는 빈티지 워치 컴퍼니의 대표 데이비드 실버 역시 이 금속이 “가격이 오르기 훨씬 전부터 이미 매우 매력적인 존재”가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값이 계속, 계속 오르면서 골드 워치의 가치에는 묘한 일이 벌어진다. 본햄스 글로벌 워치 부문 총괄 조너선 다라콧은 “금값 급등과 함께 경매 시장에서 골드 워치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계의 가치가 기초 자산인 금값 상승 속도만큼 같이 오르지는 않았다.” 쉽게 말해 이제 골드 워치의 가치에서 ‘시계’라는 형태보다 ‘금’ 그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졌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런 현실은 가격이 언급되는 방식에도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린은 “요즘은 ‘금 중량 값에 10% 더한 가격’ 같은 표현이 들린다”고 말한다.
이 현상은 특히 인기 없는 모델이나 브랜드에서 두드러진다. 다라콧은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시계들이 지금은 중고 시장에서 더 강한 결과를 내고 있는데, 이는 상당 부분 그 안에 들어간 금 자체의 가치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린은 “어떤 면에서는 좀 무섭다”며 이렇게 덧붙인다. “이걸 그냥 녹여버릴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시계가 금의 가치보다 고작 10% 정도만 더 비싼 수준이라면, 급전이 필요할 때 그 10%를 포기하고 금 거래상에게 스크랩 가격으로 팔아버릴 수도 있지 않겠는가.
실버에 따르면 많은 빈티지 골드 워치는 애초에 ‘시계로서’ 특별히 인기가 있었던 적이 없다. “1970년대 피아제 시계들, 정말 못생긴 제품들도 이제는 굉장히 값이 나갈 겁니다. 그 시기의 오메가도 마찬가지예요. 시계라는 형태 그대로는 전부 팔기가 어렵죠.” 그는 그 시기의 골드 워치 가운데 대형 브랜드 이름이 붙지 않은 제품들은 시장에서 그냥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사람들이 그걸 스크랩으로 넘길 테니까요.”
더 권위있는 브랜드들도 영향을 피할 수 없다. 그동안 롤렉스 제품군 안에서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쿼츠 모델들도 금이 많이 들어갔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고, 비슷한 구성의 스포츠 모델들 역시 마찬가지다. 실버는 “시계의 상태와 품질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금의 무게다. 그리고 이는 옐로 골드뿐 아니라 화이트 골드와 로즈 골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투톤 시계도 예외는 아니지만, 당연히 금 자체의 가치는 훨씬 작다.
모든 골드 워치 중에서도 가장 아우라가 강한 축에 드는 롤렉스 데이데이트 자체가 녹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브레이슬릿은 다르다. 정말이다. 실버에 따르면 현재 시세 기준으로 데이데이트 브레이슬릿 하나에는 무게를 감안할 때 약 천 오백만 원 상당의 스크랩 가치가 있다. 특히 많이 닳고 긁힌 개체들은 실제로 재활용되는 경우가 분명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요즘 시장에는 시계 머리 부분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벌거벗은’ 개체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실버는 자신이 비축해둔 골드 롤렉스 브레이슬릿 트레이를 들어 보인다. 아마도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머리 부분만 남은 시계들도 결국 손목에 채울 무언가가 필요하니까.
무거운 골드 워치는 결코 중립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보는 이에 따라 거대한 과시이기도 하고, 끔찍하게 천박한 물건이기도 하다. 금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이런 시계가 품는 의미 역시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더 커질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금값이 1980년에 한 차례 고점을 찍었고, 물가상승을 반영하면 그 수준은 지난해에야 비로소 넘어섰다. 그린은 “그래서 그 시대의 피아제 폴로가 그렇게 강력한 파워 플레이였던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회사들이 금 브레이슬릿 비중을 줄여 더 화려해 보이되 실제 무게는 가볍게 만들려고 했던 반면, 피아제는 정반대로 갔거든요. 오히려 그 점을 밀어붙였죠. 250그램짜리, 거대하고 대놓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골드 워치를 만들었습니다. 링크 사이사이까지 전부 금이었어요. 금 위에 금, 또 금이었죠.” 번쩍이는 이 금속의 가격이 당분간 크게 떨어질 조짐이 없는 만큼, 비슷한 시계들이 다시 딜러 숍 진열장에 등장하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금 이야기가 당신 안의 어떤 욕망을 깨웠다면, 지금 눈여겨볼 만한 현대 모델 몇 가지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