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날씬하지도 인기 있지도 않아서, 2016년 트렌드가 끌어올린 과거의 나
‘과거의 우리 자신과는 인사하는 정도의 좋은 관계로 지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매력적인 사람이었든 아니든 말이다.’ 조앤 디디온이 자신의 책 <베들레헴을 향해 웅크리다>에 쓴 유명한 구절이죠. 하지만 2016년에 찍은 사진을 포스팅하는 요즘의 인터넷 트렌드를 보면, 사람들이 디디온의 말을 좀 지나치게 따르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타임라인이 10년 전 셀카와 파티 사진으로 가득 찬 걸 처음 봤을 때의 제 느낌은 어쨌든 그랬습니다. 프린스가 사망했고, 뮤지컬 <해밀턴> 열풍이 불었고, 대중문화계 최대 이슈가 전원 여성 배우로 리부트된 <고스트버스터즈>였던 바로 그해의 사진들. 다른 많은 밀레니얼이 그런 것처럼, 저 역시 손발 오그라들게 그리운 추억에 완전히 젖어들었습니다(그때 우리는 왜 그렇게까지 ‘보이 브로우(Boy Brow)’를 많이 쓴 걸까요?). 그렇지만 제가 찍힌 사진을 올리는 것에 대해선 굉장한 혐오감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그 사진들을 다시 보고 나서 그런 기분이 든 이유를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대학을 막 졸업한 그때의 저는 심하게 굶으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LA에 자리 잡으려 애쓰면서, 저의 시간과 에너지 대부분을 가장 적게 먹고, 먹은 것은 운동으로 최대한 소모해버리는 데 쓰고 있었죠.
저는 몇 년 동안 저의 섭식 장애 경험에 대해 글을 써왔어요. 하지만 섭식 장애에 관련된 제 책의 한 챕터에서 아주 간단하게 언급한 것을 제외하면, 저는 2016년에 대해서는 별로 떠올리지 않고 살아왔어요. 그 후에 겪은 강박적 폭식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하고 글로도 썼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상담 치료를 통해 제가 계속해서 스스로를 굶기는, 너무나 고통스러웠던 그 행동을 한 이유를 제대로 된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된 후의 일이었죠.
2016년에 찍은 사진을 보면, 거기에 찍힌 사람이 저라는 걸 알아보기 힘듭니다. 친구들과 바닷가에서, 에코 파크에서 열린 댄스파티에서, 또 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사원에서 찍힌 저의 모습을 스크롤할 때 눈에 들어온 건 오직 텅 빈 눈빛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닐 겁니다(실제로 사진 속 저는 쇄골이 도드라져 보이고, 팔의 힘줄도 튀어나와 있었으니까요). 저는 살찌고, 대체로 행복한 지금의 제 모습을 찾은 것이 너무 운이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해요. 섭식 장애에서 회복되고 있는 것도, 주변에 사랑하는 친구와 가족이 많은 것도요. 그럼에도 그때의 사진을 다시 보며 가장 마음 아팠던 부분은 제가 저 자신을 끝도 없이 비하했던 그때,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날씬하다는 이유만으로 저를 끝도 없이 높이 평가했다는 겁니다.
수많은 친구가 이 트렌드를 즐기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친구들처럼 2016년의 제 사진을 보며 즐거워하고,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트렌드로 다른 것을 얻었습니다. 바로 10년 전의 엠마를 감정적으로 새롭게 이해하게 된 겁니다. 물론 그 후 저는 조금 성장했고, 굶으며 자신을 벌주는 걸 그만두었고, 제대로 약물 치료를 받았고, 제 머릿속 가장 심술궂은 목소리가 제 인생을 좌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게 되었지만, 스물두 살, 스물세 살 때의 제 모습에는 여전히 혐오감을 갖고 있었어요. ‘야, 넌 당연히 레나 던햄처럼 될 수 없어. 20대 초반에 진짜로 행복한 사람이 어디 있어. 아빌리 파이(정신병 치료제)나 먹고, 하루 세끼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잘 챙겨 먹고, 틴더에서 여자나 찾아보자. 그러면 다 좋아질 거야’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서요.
하지만 이제는 그때의 제 모습에 조금 관대해지려 노력하고 있어요. 더 날씬하지 않아서, 더 성공하지 못해서, 더 인기 있지 않아서, 더, 더… 갖지 못해서 내가 가진 모든 걸 낭비하고 있다고 강렬히 느꼈던 그때의 제 모습에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때의 저를, 절박하게 바라는 삶을 살기 위해 움츠러들어야 한다고 느낀 그때의 그녀를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디디온의 말처럼, 그녀에게 인사하는 정도의 예의조차 갖추지 않고 어떻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그녀는 그런 격식 있는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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