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라도 말 걸고 싶어지는 ‘이 모자’
약 6만8천 원의 합리적인 가격에 당신이 궁금해지고, 대화를 시작하고 싶어지는 모자가 있다. 누구든 손에 넣을 수 있고 엘리베이터에서 말을 건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슈퍼볼의 여파와 동계 올림픽의 환호로 세상이 들썩이고 있지만, 뉴욕 거리에서 수수한 모습으로 포착된 페드로 파스칼 역시 소소하게 화제가 되고 있다. 화려한 조명도, 하프타임의 불꽃도 없었다. 대신 눈에 띈 건 단 하나, 정말 잘 만든 모자였다.
그냥 모자는 아니다. 짙은 포레스트 그린 컬러의 베이스볼 캡이다. 클래식한 파이브 패널 디자인에, 앞면에는 깔끔한 세리프 서체로 “BOOKS BOOKS BOOKS”라는 문구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 뒤쪽 스트랩은 묵직한 브라스 버클로 고정돼 있었는데, 그 작은 디테일에서 남성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괜히 설레는 단단함이 느껴졌다. 요란하지도, 아이러니를 노리지도 않았다. 하고 싶은 말만 정확히 하고는 쿨하게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이 멋진 아이템은 어디에서 왔을까. 답은 알렉스 이글이다. 2014년, 동명의 런던 기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설립한 이 유니섹스 브랜드는 약간은 똑똑하고, 약간은 장난기 있는 아주 좋은 옷들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션과 아트, 그리고 서점의 분위기가 겹쳐지는 지점에 있는 브랜드랄까. 파스칼이 이곳의 아이템을 착용한 모습이 완벽하게 ‘자기 옷’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한 주에는 톰 포드의 매끈한 테일러링을 입고, 다음 주에는 셔츠 두 장을 겹쳐 입은 스타일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해내는 사람이니까.
알렉스 이글더 북스 무브먼트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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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배우들이 문학적 이미지와 자신을 연결하는 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제이콥 엘로디의 ‘핫 가이 북스’ 시절은 이미 여러 차례 회자됐다. 오스틴 버틀러, 조셉 퀸, 에본 모스-바크락 역시, 최소 한 권쯤은 귀퉁이가 접힌 페이퍼백이 들어 있을 것 같은 토트백을 들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하지만 페드로 파스칼의 방식은 좀 더 직설적이다. 잘 계산된 하드커버 더미도 없고, 한 손에는 담배, 다른 손에는 굴을 든 채 카페에서 책을 읽는 연출도 없다. 그저 모든 걸 말해주는 7만 원짜리 캡 하나면 충분하다.
그러니 책벌레 같은 기운을 조금쯤 풍기고 싶다면, 멀리 갈 필요 없다. 필요한 건 그저, 제대로 된 모자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