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우리가 입게 될 청바지에 대한 모든 것
클래식의 귀환일까, 실험적 제스처일까? 2026년 데님에 관한 입장을 정리해봤습니다.
데님은 언제나 새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가장 확실한 신호죠. 2026 봄/여름 시즌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이번 시즌 데님은 기본 아이템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거예요. 실루엣, 허리 라인, 디테일은 물론 스타일링 방식까지. 데님이 다시금 패션의 중심으로 돌아왔죠.
이번 시즌 데님은 스트레이트 진, 디스트로이드 진, 플레어 진, 로우 라이즈 진, 와이드 진은 물론 룩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스테이트먼트 진까지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데님의 시작은 사실 미국 노동자 계층을 위한 실용적인 작업복이었죠. 오늘날의 데님 팬츠는 1873년 리바이 스트라우스와 제이콥 데이비스의 협업으로 탄생했는데요. 그 후 데님은 시대에 따라 그 의미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에는 할리우드 스타들을 통해 반항의 아이콘이 됐고, 1960년대에는 자유의 상징으로 자리했죠. 스튜디오 54를 매혹시킨 셰어의 스타일에서도 데님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고요. 1980년대에는 성공과 권위의 상징이 되었는가 하면, 1990년대에는 미니멀리즘과 그런지 무드를 이끌었어요. 이브 생 로랑은 데님의 가치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데님 팬츠를 만든 사람이 나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 절제와 관능, 단순함. 내가 추구하는 모든 요소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럼 2026년 데님의 모습은 어떨까요?
스트레이트 진: 보수적인 실루엣의 전략적 복귀
스트레이트 진은 1990년대 미니멀리즘을 상징하는 실루엣이지만, 이번 시즌에는 안전한 선택이 아닌 의도된 절제에 가깝습니다. 아크네 스튜디오와 디올, 발렌시아가는 과한 워싱이나 디스트로이드 없이 다크 블루 컬러의 클래식한 스트레이트 진을 선보였죠. 활용도 높은 디자인답게 가죽 재킷부터 폴로 셔츠까지 어떤 아이템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끌로에는 데님의 가장 순수한 색감을 선택해 구조적인 숄더 톱과 매치했고, 버크 아크욜은 투톤 디자인으로 보다 실험적인 스트레이트 진을 제안했어요.
디스트로이드 진: 파괴의 미학은 ‘수위 조절’
찢어진 디테일이 돋보이는 디스트로이드 진은 여러 시대의 감성을 오가며 다시 돌아왔습니다. 2000년대식 과감한 컷아웃과 로우 라이즈의 조합은 정확하게 Y2K 무드를 겨냥하며 노출과 파괴를 스타일 전면에 내세웠어요. 아레아, 알랭폴, 심카이는 로우 라이즈와 스트레이트, 부츠컷 실루엣 데님을 대담하게 찢어버렸죠. 디스트로이드 진은 자유로운 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아이템이에요. 극단적인 무드가 꺼려진다면 작은 컷아웃이나 허리, 주머니, 혹은 밑단에만 살짝 디테일을 더한 디자인을 선택하면 됩니다.
플레어 진: 가장 완성된 데님 실루엣
플레어 진은 이번 시즌 구조적인 면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모습입니다. 엉덩이와 허벅지를 따라 정제된 곡선을 그린 뒤 과감하게 퍼지는 밑단은 신체 비율을 매력적으로 재구성하죠. 이건 단순한 레트로의 회귀가 아니라, 테일러링의 관점에서 재해석된 데님이에요. 브루넬로 쿠치넬로는 과하지 않은 와이드 플레어로 미니멀 룩을 제안했고, 짐머만과 빅터앤롤프는 1970년대 감성을 극대화해 과감한 플레어를 선보였습니다. 울라 존슨은 하이 웨이스트 플레어 진으로 우아한 스타일링의 가능성을 제시했고, 로베르토 카발리는 과감하게 메탈릭 소재를 적용했어요.
로우 라이즈 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논쟁의 중심으로 떠오른 로우 라이즈 진은 2023년 이후 꾸준하게 존재감을 유지하며 올해도 트렌드로 자리합니다. 맥퀸과 스텔라 맥카트니는 군더더기 없는 로우 라이즈 진을 통해 미니멀한 해석을 보여줬죠. 반면 로에베는 선명한 오렌지 컬러로 2010년대 감성을 소환했고, 티비는 지퍼 디테일을 통해 도시적 무드를 강조한 것이 특징입니다.
스테이트먼트 진: 장식이 된 데님
반짝이는 장식, 프린트, 소재 믹스를 통한 과감한 접근은 데님을 하나의 오브제로 끌어올립니다. 특히 와이드나 배기 실루엣과 로우 라이즈의 조합은 시각적 임팩트를 극대화하는데요. 역시나 스타일링에서도 타협이란 없습니다. 블루마린과 필립 플레인은 비즈와 스팽글 장식으로 화려함을 마음껏 드러냈고, 에트로는 보헤미안 프린트를 유지했어요. 여기에 더해 카사블랑카 런웨이는 깃털 장식으로 색다른 접근을 시도했고요.
와이드 진: 1990년대의 재구성
이번 시즌 와이드 진은 구조적 디테일이 핵심입니다. 핏은 더 넓어졌고, 허리 라인은 훨씬 더 올라갔어요. 코치는 브라운 컬러와 디스트로이드 디테일을 결합했고, 돌체앤가바나는 엄청나게 높은 하이 웨이스트 배기 진을 제안했죠. 특히 앞쪽에 핀턱을 가미한 와이드 진이 주목받고 있는데, 애슐린, 스포트막스, 빅토리아 베컴이 그 선두 주자로 나섰습니다. 엘리 사브는 그러데이션을 적용했어요.
다크 블루 데님: 가장 지적인 취향
워싱을 배제한 다크 블루 데님은 이번 시즌 가장 이성적인 선택이죠. 색감 자체가 구조를 드러내거든요. 포멀한 오피스 룩부터 클래식한 데일리 룩까지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트렌드입니다. 빅토리아 베컴의 배럴 실루엣을 시작으로 가브리엘라 허스트와 마르케스’알메이다는 널따랗고 여유 있는 배기 핏을 다크 블루 데님으로 풀어냈죠. 사카이와 스텔라 맥카트니는 데님 위에 스커트나 버뮤다 팬츠를 레이어드하는 시도를 통해 데님을 단독 아이템이 아닌, 레이어의 기본으로 재정의했어요.
화이트 진: 소재로 끌어내린 난이도
화이트 진은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번 시즌에는 그 한계를 극복하고 탄탄한 소재와 여유 있는 핏으로 접근 가능한 방향을 제시합니다. 슬림, 스트레이트 디자인부터 배기 핏까지 다양하게 등장하며 안정적인 스타일링이 가능해졌죠. 디올과 랄프 로렌은 단정한 무드를, 로에베와 코치는 배기 핏으로 캐주얼한 무드를 강조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은 Y2K 감성을 더해 화이트 진 역시 충분히 반항적이고 실험적인 아이템임을 증명했어요.
롤업 데님: 실루엣의 일부가 된 디테일
마지막으로 주목해야 할 데님 키워드는 롤업입니다. 밑단을 크게 접어 올린 디테일은 단순한 스타일링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 단계부터 고려된 요소로 작동하죠. 플레어, 와이드, 크롭트 등 다양한 실루엣으로 연출하는 가운데, 공통적으로 클래식한 데님 블루 톤을 유지해요. 롤업이라는 시각적 장치를 강조하기 위한 최고의 전략이죠. 특히 플랫 슈즈나 로퍼, 미니멀한 힐과 매치하면 그 효과는 더욱 분명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