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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를 ‘파트너’라고 불러도 될까?

2026년인 지금도 여전히, 현대 로맨스의 의미론은 여전히 진화 중이다.

‘파트너’라는 말은 애매하다.

예를 들면 이런 일이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첫날, 스무 살 후반쯤 되어 보이던 새 연극 선생님이 우리 반 앞에서 자기소개를 했다. 그녀는 자신이 소프라노이고, 마이애미 대학교를 막 졸업했으며, 현재 “파트너가 있다”고 말했다. 그 모호하면서도 아마 진보적이라고 생각했을 단어 선택은 즉시 아이패드에서 눈을 떼게 만들 만큼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우리는 그녀가 말한 ‘파트너’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곱씹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작은 가톨릭 학교에서 터틀넥을 입은 이 새 교직원은 분명 레즈비언일 거라는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우리는 그런 이유로 교사가 해고된 전례가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결국 첫 주가 끝나갈 무렵, 새 연극 선생님은 자신이 사실 남자와 사귀고 있다는 걸 우리에게 밝혀야 했다. 온라인에서 그녀의 레즈비언 연인을 찾아내려던 우리에겐 다소 김 빠지는 결말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자신의 연애사를 비밀로 유지하려는 의도로 그 무미건조한 표현을 썼다고 푸념하듯 말했던 기억이 난다.

‘파트너’는 그런 점에서 유용하다. 관계를 익명으로 유지하고 싶을 때, 혹은 사귀는 사람이 남자친구·여자친구라는 이분법에 딱 맞지 않을 때, 이 단어는 그 관계의 성격을 꽤 공손하게 요약해준다. 일요일 밤,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영화 <마티 슈프림> 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수상 소감을 마무리할 때도 그랬다. 그는 “3년을 함께한 나의 파트너”에게 감사를 전했다.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기반이 되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당신 없이는 이걸 해낼 수 없었어. 진심으로 고마워.”

그가 말한 이는 그의 연인 카일리 제너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공개 연애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이 발언이 유독 주목받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이것이 그가 자신의 연애 관계를 공개적으로, 그것도 의미 있게 언급한 거의 첫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12월 보그 표지 인터뷰에서 그는 제너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는데, “두려움 때문은 아니고, 그냥 할 말이 없어서”라고 담담하게 설명했을 뿐이었다. 무대 위에서 그녀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는 관객석에 앉아 있던 눈이 반짝이는 제너를 비췄고, 그녀는 입 모양으로 “사랑해”라고 말했다.

그의 연설 이후, 의미를 둘러싼 논쟁이 온라인과 회사 사무실, 그리고 내 DM에서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파트너’라는 단어는 현대 로맨스의 끊임없이 요동치는 정치성을 가늠하는 일종의 바로미터처럼 기능해왔다. 어떤 이들은 이를 존중의 표현이자 관계의 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선택이라고 칭찬했다. 사업, 아이, 극도의 명성을 포함한, 진지하고 지속적인 관계에 있는 두 성인임을 공식화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기반(foundation)”에 감사한다는 표현에 고개를 갸웃한 사람들도 많았다. 시상식 후, 함께 후보에 올랐던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샬라메가 어떤 자선단체를 말하는 줄 알았다고 SNS에 적기도 했다. 요컨대, 특히 이성애 남성이 여성 연인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파트너’라는 단어는 여러 이유로 논쟁적이다.

연설 이후, 나는 GQ 동료들에게 그들이 여자친구나 아내를 어떻게 부르는지 비공식적으로 물어봤다. 그 결과, ‘파트너’라는 단어의 젠더 중립성이 때로는 의도적으로 호기심을 유발하는 장치로 쓰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즉, 그 관계의 이성애성이 당연하게 전제되지 않게 만들고, 그래서 그냥 평범한 남녀 관계보다 조금 더 흥미롭게 보이게 만든다는 것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게이도 충분히 지루할 수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이성애자가 이 용어를 쓰는 것이 퀴어 커뮤니티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온 표현을 아주 미묘하게 차용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파트너’는 21세기에 동성 결혼이 널리 합법화되기 전까지, ‘남편’이나 ‘아내’ 같은 법적 명칭을 사용할 수 없었던 동성 커플들이 장기적인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써온 포괄적인 표현이었기 때문이다. 2026년인 지금, 이 단어가 더 이상 동성애 전용처럼 느껴지지는 않지만, 어딘가 구식인 방식으로 진보적으로 보인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다. ‘파트너’는 캔슬 컬처나 ‘맨스플레인’ 같은 합성어를 낳았고, 남자가 문을 잡아주거나 식사비를 내는 전통적 기사도를 반쯤 비난하던, 다소 혼란스러운 정치적 올바름의 계보에 속해 있다.

솔직히 말해 나를 포함한 일부 사람들은 ‘파트너’라는 말을 들으면 눈을 굴린다. 어색한 과잉 수정처럼 들리거나, 인위적인 미덕 과시, 일종의 끈적한 동맹 선언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이게 누구에게는 극도로 밀레니얼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고, 또 누구에게는 “완전 Z세대 같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작년 10월 보그가 “남자친구를 두는 건 창피한 일”이라고 선언한 이후로는, 조심해서 손해 볼 일은 없어 보인다.

아주 피상적인 차원에서 보자면, ‘파트너’는 남자친구, 여자친구, 연인에 비해 너무… 무성적으로 느껴진다. 후자의 단어들에는 어리석고도 젊은 매력이 있다. 달콤하고 끈적한 사랑. 책임감 따윈 없는 몽상. 예를 들어 샬라메의 <마티 슈프림> 상대역을 맡은 기네스 팰트로는, 지금도 프로듀서인 남편 브래드 팰척을 인스타그램에서 가끔 ‘보이프렌드’라고 부른다. 새해 전야에 샴페인에 취해 섹스하다가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히는 일은 ‘파트너’와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건 여자친구나 남자친구, 혹은 몰래 만나는 상대와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나서 기름진 태국 음식 배달을 시키고, 매드 맨을 보며, 둘 중 한 명이 뇌진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애써 무시한다.

‘파트너’라는 개념은 훨씬 더 진지하고, 정의상 훨씬 더 평등하다. 파트너는 우리 엄마의 견과류 알레르기를 고려해 호두 없는 당근 케이크 레시피를 찾아낸다. 스피커폰으로 전력 회사에 전화해, 함께 터무니없이 비싼 전기요금을 항의한다. 기쁨과 고난, 그리고 삶의 단조로움까지도 함께 나눈다. 그렇기 때문에, 수상 소감에서 감사의 대상으로 언급되는 것은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아니라 파트너다.

같은 맥락에서, 불과 2주 전 샬라메가 래퍼 EsDeeKid의 곡 〈4 Raws〉 리믹스에 피처링으로 참여했을 때, 카일리 제너를 ‘파트너’가 아니라 ‘내 여자(my girl)’라고 불렀던 이유도 설명이 된다. 그는 “내 여자는 억만장자야 / 씨발, 정말 멋진 기분이야”라고 랩했다. 상황이 다르면, 쓰는 말도 달라진다.

나는 늘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주는 그 바보 같고, 하트 눈이 되는 감각을 사랑해왔다. 상대방만 괜찮다면, 연인을 그렇게 부르는 게 조금도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고로 나는 종종 내 여자친구를 “내 남자(my man)”라고 부른다. 하지만 샬라메가 ‘파트너’라는 단어를 선택한 데에는 분명 성숙함이 있다. 이 단어는 오랜 문화적 생명을 견뎌왔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근색 크롬하츠로 맞춰 입는 남자에게서 ‘파트너십’이라는 개념이 선언되는 건, 확실히 짜릿한 다음 챕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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