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안 하면서 바쁜 척 하는 사람이 갈수록 많아지는 이유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불안해서. 게을러 보이기 싫고, 밀려나기 싫고, 쓸모없어 보이기 싫어서.
한가해 보이기 싫어서
“요즘 뭐 해?”라는 질문에 “그냥 쉬어”라고 답하는 건 생각보다 큰 용기다. 괜히 이어서 설명을 덧붙이게 된다. “재정비 중이야”, “다음 단계 준비하고 있어” 같은 말들… 아무것도 안 한다고 말하면, 갑자기 인생 전체를 점검당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바쁘지 않아도 일단 바쁜 척부터 한다. 무난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다.
중요해 보이고 싶어서
항상 통화 중이고, 답장은 느리고, 일정은 꽉 찬 사람은 이유 없이 바빠 보인다.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분명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다. 반대로 언제나 시간 되는 사람은 친절하지만 언제든 호출 가능한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괜히 휴대폰을 늦게 보고, 바쁜 척을 한다. 실제로는 침대에 누워 있었어도 말이다.
성과가 없어서
성과가 있으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아무것도 안 나온 시기다. 이럴 때 “요즘 좀 바빠”는 만능 답변이다. 무엇을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되고, 왜 결과가 없는지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때 바쁨은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잠시 시간을 벌어주는 임시 장치다.
쉬면 불안해서
쉬는 날에도 우리는 바쁘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메일을 한 번쯤 열어보고, 할 일 목록을 훑는다. 완전히 쉬면 불법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에 쉰다고 말할 때도 꼭 덧붙인다. “어제는 좀 쉬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바빠질 예정이야.” 아직 생산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부탁을 피하려고
바쁜 사람은 선을 긋기 쉽다. 연락이 늦어도 이해받고, 부탁을 거절해도 “그럴 만하지”가 된다. 반면 한가해 보이면 모든 일이 몰린다. 부탁, 조율, 중재, 감정 노동, 그리고 “잠깐만 시간 괜찮아?”라는 말. 그래서 일부러 스케줄이 꽉 찬 사람처럼 행동한다. 인간관계에서 바쁨은 방패다. 제일 가볍고, 제일 잘 먹힌다.
남과 비교돼서
SNS 속 사람들은 도대체 언제 쉬는지 알 수 없다. 출근, 운동, 프로젝트, 자기계발까지 하루에 48시간을 쓰는 것처럼 보인다. 그걸 보고 있으면 가만히 있는 내 하루가 갑자기 무능처럼 느껴진다. 그러면서 필요 없는 일까지 만들어낸다. 비교는 바쁨을 자동 생성하는 알고리즘이다.
멈추면 어색해서
늘 바쁘게 살다 보면 그게 ‘늘 바쁜 사람’이라는 캐릭터로 인식된다. 문제는 멈췄을 때다. 일정이 비면 휴식이 아니라 공백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괜히 할 일을 만들고, 굳이 피곤해진다. 멈추는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멈춘 상태의 내가 낯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