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인생과 철학을 담은 영화, Brunello : the Gracious Visionary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숨겨진 카드가 공개됐다.
탐험가, 혁명가, 평화주의자, 엔지니어, 인문주의자, 어쨌든 이상주의자.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얼마 전 <지큐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위치가 아니면 어떤 모습이었을까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어려서부터 호기심 많고 패기와 혈기가 가득했던 이 소년은 지금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수장이 되어 전세기를 타고 전 세계 브루넬로 쿠치넬리 사무실을 방문한다. 이런 위치에 올랐을 때 대부분은 본인의 이름을 붙인 랜드마크를 짓거나 레스토랑을 오픈하고 자서전을 쓰기도 한다. 사후에는 유명인의 내레이션을 넣은 다큐멘터리도 만든다.
그들과 달리 브루넬로는 생전에 본인을 주인공으로 한 <Brunello : the Gracious Visionary>를 만들기로 한다. 행동주의자인 그는 인생 영화인 <시네마 천국>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에게 전화를 걸고, 주세페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작곡가 니콜라 피오바니에게 연락을 한다. 그들의 고민과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았고, 브루넬로의 전폭적인 지원과 신뢰로 이 프로젝트는 3년에 걸쳐 완성된다. “주세페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제 본질을 꿰뚫어봤어요. 솔로메오의 꿈뿐만 아니라 저의 애정, 우정, 미래에 대한 기대 등 인간적인 면모들을 포착했어요. 여기에 니콜라의 음악으로 프로젝트가 완성됐습니다. 두 거장의 교감은 놀라워요. 주세페의 눈과 니콜라의 귀에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담겨 있어요.”
작품은 브루넬로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추억을 중심으로 한 영화적 스토리텔링, 오프라 윈프리와 패트릭 뎀시, 유명 미디어 관계자 등의 인터뷰를 통한 객관적인 다큐멘터리, 시청각 자료 수집을 통한 브랜드 스토리로 구성된다. 주세페는 “완전한 다큐멘터리도, 극영화도, 광고도 아닙니다. 세 장르가 서로 얽혀 하나의 직조물처럼 완성된 작품이죠. 처음부터 브로넬로의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한 편의 영화적 장면들이 병렬적으로 놓여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을 명백히 실험 영화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라고 했다. 실제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그때의 브루넬로’를 ‘지금의 브루넬로’가 직접 얘기하고 대변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 영화를 통해 브루넬로는 지금의 인본주의적 자본주의자이자 기업가가 되기까지의 성장 배경을, 농촌에서의 유년 시절부터 지금의 솔로메오 마을까지 그의 삶을 형성한 장소와 결정적 순간들을 다시 찾아가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컬러 캐시미어 여성 니트웨어로 시작한 브랜드 스토리, 인문학적 자본주의와 휴먼 서스테이너빌리티를 확산하기 위한 솔로메오 프로젝트, 아버지의 고된 노동환경에 자극을 받아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는노동에 대한 비전 등을 스코파 Scopa라는 그가 좋아하고 잘하던 카드 게임을 매개체로 삼아 설명한다.
이 프로젝트는 끈기와 열정의 서사로 마무리된다. “모든 젊은이를 위한 영화입니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꿈을 두려움 없이 가꾸어 나가길 바랍니다. 꿈에서부터 인간의 진정한 정신적 성장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영화 <Brunello : the Gracious Visionary>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가 열린 날. 이탈리아 영화의 중심지인 치네치타 스튜디오에는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프렌즈 1천여 명이 모여 영화를 관람했다. 카일 맥라클란, 크리스 파인, 제프 골드블럼, 조나단 베일리, 제시카 차스테인 그리고 한국의 박진영과 신세경 등의 유명인들도 함께했다.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디너는 공화정 시대 로마의 포럼을 정교하게 재현한 고대 로마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실제 고대 로마의 질감과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광장, 신전, 건축물, 돌, 대리석 등의 요소가 치네치타 장인들의 솜씨로 완성된 곳이다. 브루넬로 쿠치넬리는 이곳에 개인 소장 도서관에서 가져온 수천 권의 책을 쌓았는데, 게스트들은 마치 그의 어린 시절을 지나 고대 로마로 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