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장에서 생긴 일

지난 11월 제네바에서 경매 회사 크리스티는 샤 자한(Shah Jahan)으로 알려진 30.6캐럿의 카보숑 컷 에메랄드를 83만 달러에 낙찰했다. 이 가격은 예상가의 8배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런던의 경매 회사 필립스는 42.7캐럿의 티파니 밴더빌트 카슈미르(Vanderbilt Kashmir) 사파이어를 예상가의 세 배인 360만 달러에 낙찰했다. 소더비는 나폴레옹의 다이아몬드 브로치를 440만 달러에 낙찰하며 경매 기록을 경신했는데, 예상가의 약 29배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럭셔리 경매가 호황이다. 크리스티에 따르면 2025년 럭셔리 매출은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소더비의 럭셔리 총매출액은 2019년 8억2,200만 달러(전체 매출의 14%)에서 2024년 22억 달러(2025년 11월 현재 전체 매출의 37%)로 늘었다. 경매 회사는 연령대가 더 낮은 입찰자 유치를 위해 애쓴 덕을 보고 있으며, 그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소더비의 글로벌 럭셔리 부문 책임자 조시 풀란(Josh Pullan)에 따르면 시계, 핸드백, 주류를 구입하는 고객의 3분의 일이 40세 미만이며, 이는 젊은 구매자들 사이에서 구매력이 향상되면서 이전보다 월등히 증가한 수치다. 필립스의 글로벌 주얼리 부문 책임자 브누아 르펠랭(Benoît Repellin)은 필립스의 MZ세대 고객이 지난 5년 사이 56% 늘었다고 밝혔다. 크리스티가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25년까지 여성 입찰자와 구매자의 39%가 MZ세대였으며, 이는 2024년 32%에서 소폭 증가한 수치다. 남성 MZ세대는 2024년 28%에서 2025년 32%로 늘었다.

이 같은 성장은 카테고리와 가격 면에서 광범위해진 일부 상품이 주도했으며, 이는 경매 회사가 디지털에 대한 물리적 접근을 확대하고 교육 콘텐츠와 수집가 커뮤니티 육성에 투자함으로써 경매장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경매에 나오는 럭셔리 카테고리는 축구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유니폼(사우디아라비아 소더비에서 판매)과 같은 스포츠 수집품부터 스니커즈, 와인과 주류, 자동차, 꾸뛰르 의상(예를 들어 본햄스가 두바이 워치 위크에서 선보인 랄프앤루소(Ralph&Russo) 아카이브), 패션 액세서리 등으로 크게 확장됐다. 풀란에 따르면 이와 같은 영역 확장은 폭넓은 분야에서 젊은 세대를 더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핵심 예술 사업을 살리는 역할을 해왔다. 어린 수집가들은 더 민첩하게 카테고리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오르텔리앤코(Ortelli&Co.)의 총괄 사장 마리오 오르텔리(Mario Ortelli)는 경매에서 럭셔리 부문의 강세는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불가리 같은 브랜드의 지속적인 문화 투자와도 상관있다고 말한다. 이들 브랜드는 미술관 전시를 통해 자사 작품을 ‘예술품’으로 격상시켰고, 이 예술적 가치는 경매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진다. 독립 럭셔리 컨설턴트 수잔나 니콜레티(Susanna Nicoletti)도 동의한다. 그녀는 럭셔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안목을 높여 장인 정신과 유산, 장기적 가치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런 변화로 많은 사람이 경매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에게 경매품은 ‘진정한 럭셔리’, 즉 ‘고가의 패션 제품’과 달리 희소성과 장인 정신으로 정의되는 물건을 의미한다. 그녀에 따르면 경매품은 안목을 과시하는 수단이자 현금화 가능한 자산으로, 경매 회사는 유동성에 대한 흥미로운 대안을 찾는 투자자들의 혜택을 보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 번스타인(Bernstein)의 럭셔리 애널리스트 루카 솔카(Luca Solca) 역시 더 풍성해진 시장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하이엔드 럭셔리 시장이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른 부문보다 주얼리가 특히 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경직된 환경에서는 가격이 상당히 높은 상황을 고려할 때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양한 가격대 또한 젊은 고객층 유치에 도움이 되었다. 본햄스의 글로벌 시계 부문 책임자 조나단 다라콧(Jonathan Darracott)은 ‘입문자용 낮은 가격대’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으며, 이를 통해 온라인 구매에 더 익숙한 젊은 입찰자들을 유인했다고 말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절 론칭한 소더비의 ‘바이 나우(Buy Now)’ 마켓플레이스에서 벨라 프로이드(Bella Freud)의 티셔츠는 135달러, 에르메스 코스튬 팔찌는 420달러부터 시작한다. 이런 합리적인 가격은 수 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들 경매 회사를 전통적인 소매업체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로 만들지만, 경매 회사는 전통적인 소매업체와 달리 더 유연한 결제 방식을 갖추고 있다. 심지어 암호화폐도 받는다. 소더비는 2025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국제 경매를 개최했고, 전체 경매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받았다. 그 기세를 몰아 소더비는 아부다비에서 첫 럭셔리 위크를 열었다. 이 행사는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뿐만 아니라 아부다비 금융 주간 및 비트코인 MENA(중동 및 북아프리카 컨퍼런스)와 동시에 열렸다.

하지만 경매 회사의 가장 인상적인 행보는 고객과 더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였다. 본햄스는 입찰 과정을 간소화하기 위해 자체 앱을 출시했다. 필립스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매거진 수준의 편집 사진을 게재하고 교육용 비디오 시리즈도 제작한다. 크리스티는 현재 틱톡에서 라이브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온라인 팔로워를 직접 확보하도록 권장하는 소더비는 700만 명이 넘는 소셜 미디어 구독자를 확보했다. 경매 회사는 고객이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직접 찾아감으로써, 경매장에 한 번도 가본 적 없고 경매 회사를 어려워하던 일반적인 인터넷 이용자를 입찰자로 만들었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판매 증가가 게임 체인저가 됐습니다. 젊은 수집가들은 기술에 매우 능숙하며, 이런 플랫폼 덕분에 기존 경매 회사가 쉽게 접근할 수 없던 고객층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크리스티의 글로벌 주얼리 부문 책임자 맥스 포셋(Max Fawcett)이 말했다. “팬데믹이 변화를 가속화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혁신을 유도하고 온라인 입지를 더 강화하게 했죠. Z세대에게는 스토리텔링과 출처가 중요합니다. 그들은 작품 이면에 가려진 여정과 특별한 점에 대해 아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는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변화 또한 젊은 세대가 고위직에 오르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유명 인사에 의존해 성장을 도모하던 럭셔리 브랜드와 달리 경매 회사는 교육에 투자해왔다.

경매 회사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잠재적 수집가를 만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레드 카펫에 오른 제니퍼 로렌스는 지난해 12월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된 자(Jar) 다이아몬드 귀고리를 착용했다. 지난가을 소더비는 롤리페스트(Rolliefest)를 개최했다. 롤리페스트는 소더비의 글로벌 시계 책임자 제프 헤스(Geoff Hess)가 2019년 론칭한 진지한 시계 수집가들을 위한 격년제 모임이다. 롤리페스트는 유명 장소에서 열리는 공식 만찬과 만남을 결합해 상업보다는 감정에 기반을 둔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있다. 풀란은 “본질적으로 수집에 대한 열정은 지식에서 비롯되죠. 200명의 롤렉스 수집가가 모이는 롤리페스트나 고객이 고귀한 보석을 직접 착용해볼 수 있는 프라이빗 디너 같은 라이브 이벤트를 통해 사람들은 지식을 공유하고,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습니다”라고 말했다.

라이브 이벤트와 스토리텔링에 대한 투자는 젊은 구매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들 중 상당수가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줄어든 디지털 세상에서 방황했기 때문이다. 럭셔리에 대해 예리한 시각이 적용되는 이 시기에 경매 회사는 소비자의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입증하며 다시 한번 유연성을 보여준다. 1969년 크리스티가 고객의 요청만으로 제네바에서 최초의 보석 경매를 열었던 것처럼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경매 회사는 여전히 고객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고,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초대한다. 풀란은 “경험적 측면과 집단적 커뮤니티를 구축한다는 아이디어에 전념해왔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덧붙였다. “흥미로운 기존 수집가뿐 아니라 새로운 수집가를 이끄는 동력이죠. 이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기에 앞으로도 새로운 물건과 새로운 아이디어, 컨셉을 계속 선보일 겁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