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나 잘 어울리고, 무드 있는 지샥의 ‘이 검정 시계’
이 배우의 지샥는 최신 나이브스 아웃 미스터리의 핵심 주제를 정면으로 말해준다.
라이언 존슨의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언제나 스크린 위에서 최고의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베누아 블랑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번 영화에서 역대급 잘 차려입은 근사한 탐정 역할을 선보인다. 아직도 꿈에 나올 만큼 인상적인 크리스 에번스의 피셔맨 스웨터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중요한 건 이 인물들이 단순히 멋져 보이기만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옷은 일관되게 이야기를 고양시키고, 캐릭터를 이해하는 단서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원작에서의 에번스를 떠올려보자. 그의 고급스러운 옷들은 대체로 실밥이 풀려 있고, 구멍이 나 있으며, 여기저기 걸린 흔적이 있다. 에번스는 그것들을 멋지게 소화하지만, 옷의 손상은 의도된 설정이다. 이는 자신이 자라온 좋은 물건들을 돌볼 줄 한 번도 배우지 못한, 버릇없는 부잣집 도련님의 초상을 완성하는 데 기여한다. 이 영화들은 가장 미묘한 디테일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데, 그렇기 때문에 웨이크 업 데드 맨에서 특정 소품 하나가 유독 눈에 띈다. 바로 영화의 주인공 주드 듀플렌티시 신부 역을 맡은 조시 오코너가 착용한 카시오 지샥 DW5600E-1V다.
이 시계는 오코너의 전체 착장 속에 거의 섞여 들어가 보일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데, 그래서 더욱더 존재감이 희미하다.
영화는 주드를 통해 종교와 그를 둘러싼 제도에 대한 질문들을 탐구한다. 주드는 영화의 또 다른 중심 인물인 조시 브롤린이 연기한 윅스 몬시뇰과 대비된다. 후자는 점점 권력에 취해가는, 카리스마 넘치는 선동가형 지도자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주드는 윅스의 고해성사를 받는데, 고백은 아주 단순한 인정으로 시작된다. 윅스는 광고에서 본 오픈카 렉서스에 잠시 마음이 끌렸다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은 순간처럼 보이지만, 이 장면은 영화가 가장 집요하게 파고드는 주제 중 하나를 정확히 예고한다. 바로 물질주의와 종교 사이의 밀고 당김, 아무리 애써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는 두 개념의 관계다.
존슨이 매료된 것은 인간이 물질적 부를 욕망하는 본능과 영적 깨달음을 향한 여정 사이의 이분법적 갈등만이 아니다. 감독은 교회가 물질주의에 대해 설파하는 내용과, 제도 자체의 미학 사이에 존재하는 근본적인 대비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다. 영화는 장식적인 인테리어, 금빛 십자가, 흐르는 듯한 사제복, 그리고 교회 건축 자체의 장엄함으로 가득하다. 블랑은 이를 의식적으로 짚어내며, 회의적인 자신에게조차도 그것이 “의도한 효과”를 분명히 거둔다고 빈정거리듯 말한다.
이 화려함이 사라지는 건 오직 주드에게서다. 그의 침실은 극도로 소박하고, 우리는 그가 직무용 복장 외의 다른 옷을 입는 것을 볼 수 없다. 사실상 영화 내내 주드의 소유물로 보이는 건 그가 항상 차고 다니는 지샥 하나뿐이다. 지샥은 저렴하고 실용적인 시계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정확하며, 극한의 충격도 견딜 수 있다. 케이스에 스크래치가 날까, 금이 찌그러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고무와 쿼츠가 전부다. 사람들을 위한 시계, 사람들을 위한 남자에게 어울리는 시계다.
웨이크 업 데드 맨의 소품 담당자에 따르면, 주드 신부의 손목에 지샥을 채운 영감은 두 가지였다. “주드 신부는 투사 같은 인물이었고, 그렇다고 전직 해병이 찰 법한 전투 시계를 주고 싶지는 않았어요.”라고 그는 GQ에 말한다. 지샥은 충분히 다르면서도, 동시에 모든 적절한 자질을 발산한다. 보즈웰은 이 시계를 “튼튼하고, 험하게 써도 되는 타임피스”이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더 주목할 만한 건 그 영감의 출처다. 존슨은 웨이크 업 데드 맨의 홍보 과정에서, 삼촌을 통해 알게 되었고 결국 영화의 영적 자문이 된 스콧 신부라는 인물에 대해 종종 언급해왔다. 보즈웰은 지샥이 스콧 신부가 실제로 착용하던 시계와 닮았다고 설명한다. “상당히 단순한 시계였어요. 검은색이고 눈에 띄지 않는.”
웨이크 업 데드 맨은 신앙 그 자체보다, 교회와 물질주의의 관계에 더 큰 불편함을 느끼는 영화처럼 보인다. 욕망은 지극히 인간적인 충동이라는 게 영화의 주장이다. 윅스가 만화적으로 끔찍한 인물로 드러나긴 하지만, 영화는 그가 렉서스를 흘끗 바라본 일 자체에 대해서는 거의 판단을 내리지 않는다. 영화가 교회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종교적 관행, 그리고 중심에 놓인 세대를 관통하는 보물 찾기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물질적 탐욕에서 벗어나려는 이들 앞에서 사치와 화려함을 과시하는 것이야말로 신자들을 실패로 몰아넣는 행위라는 점이다. 물론 이브가 사과에 굴복한 이야기의 핵심은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는 데 있지만, 세상에는 교회 안에 전시된 금빛 장식이 없어도 유혹은 충분히 많다. 결국 보물을 탐하지 않는 그 사람이 그 보물의 향방을 결정하고, 그 결정이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이라면, 주드 신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지샥을 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