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의 기술, 돈 얘기 편하게 하는 법

돈은 복잡한 존재다. 자존감과 권력, 신뢰와 배신 등의 모든 감정과 얽혀있다. 특히 친구 사이에서의 금전 차이는 서열이나 불균형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렇게 복잡한 돈. 돈 얘기 잘하는 법은 따로 없을까?

금전 갈등이 관계에 미치는 통계와 심리

친구 간 금전 불균형이 관계에 스트레스를 준다는 사례가 많다. 예컨대 ‘돈을 내지 못해 모임에 빠졌다’는 경험이 비일비재하다.  통계적으로, 한국에서 청년층이 느끼는 소득 갈등 인식은 75.7%에 이른다.  돈이 관계 만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심리학 관점에서 본 돈과 친구

사회교환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관계에서 얻는 것과 주는 것의 균형을 무의식적으로 따진다.  즉, 친구 사이에 돈이 얽히면 ‘더 준다’ 혹은 ‘받는다’라는 감정이 생기기 쉽다. 그러나 돈으로 관계의 가치를 측정하기 시작하면 친밀도가 희생될 수 있다. 금전의 유무에 관계와 자존감을 의존하면 외로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친구와 돈 얘기하기의 실전 팁

암묵적 규칙보다는 모두가 동의한 방식이 좋다. 예를 들어, 음식값은 1/n, 술을 먹는 사람과 먹지 않는 사람으로 나누어 계산, 여행 경비는 미리 계획하여 운전이나 다른 희생을 고려하는 등의 방식이다. 구체적인 기준이 있을수록 서운함이 줄어든다. 프레임을 정해두면 계산은 더 단순해지고 감정은 투명해진다.

모임 전에 ‘이번 달 지출이 많아서 조금 아끼고 싶다’ 등의 개인적인 이유를 솔직히 말하는 것이 오해를 줄인다. 누가 더 잘 벌거나 덜 번다는 감정의 층위를 피하려면, 상황을 공유하는 언어가 중요하다. 대화를 먼저 꺼내는 사람이 어색할 수 있지만, 그 한 번이 이후의 만남을 훨씬 편안하게 만든다.

돈이 많이 드는 모임보다는 산책, 집에서 영화 보기, 커피 한잔 등 저예산 활동을 친구에게 제안하는 것이 관계 유지에 유리하다. 그것은 또한 값비싼 식사와 달리 ‘그때 같이 걸었던 거리’, ‘함께 시청했던 영화’ 등의 같은 감각적 기억으로 유지된다. 시간과 배려, 추억은 돈보다 크다. 관계는 가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각자 삶의 속도와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월급날이지만, 누군가는 갑자기 지출이 생겼을 수 있다. 재정 사정을 이유로 친구를 미안하게 만들지 말고, 반대로 누군가의 여유를 과하다고 평가하지도 말자.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는 태도가 관계를 지킨다.

우정의 바탕은 솔직한 소통이다. 숨김과 눈치 위에 쌓인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돈 역시 그렇다. 참고 견디는 순간 관계의 균열은 이미 시작된다. 서로의 상황을 존중하고, 솔직히 소통하자. 정확한 소통이 없었는데 알아서 해결될 거란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돈 관계도 인간관계에서 생겨난 것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