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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명 거상 기술이 특이점에 도달했다?

성형 의학계는 안면 거상 기술이 특이점에 도달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악마의 유혹에는 함정이 도사리기 마련이다.

그레이 톱은 패튼(Patton).

최근 63세 아나운서 윤영미가 안면 거상 수술 후기를 공개했다. 요즘은 콘텐츠 흥행을 위해 피부과 시술이나 간단한 수술 경험을 공유하는 셀럽이 많다. 하지만 안면 거상처럼 큰 수술은 여전히 쉬쉬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그의 사례가 성형 커뮤니티에서 이슈가 됐다. 영상 속 윤영미의 얼굴에서는 광채가 흘렀고 턱선은 날렵했다. 그는 무엇보다 목 거상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했다. 전후 사진을 비교하면 목에 뭉쳐 있던 지방이 사라지면서 목선이 매끈해졌다.

댓글에서는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게 가장 아름답다는 이상론부터 여전히 나이 들어 보인다거나 코가 너무 당겨져서 어색하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나이와 과거 모습을 몰랐다면, 그가 수술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면, 과연 이 사람들이 수술 여부를 알 수 있었을까? 나이는? 그가 단기간에 9kg을 감량한 상태라는 것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새 얼굴에 어울리는 생기 있는 메이크업, 헤어, 태도가 더해진다면 그의 나이를 짐작하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성형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그에게 고무되어 병원 상담 예약을 잡았다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브래드 피트와 크리스 제너가 걸어 다니는 안면 거상 광고판이 되고 있다. 브래드 피트는 환갑이 되던 2023년 윔블던 관중석에서 찍힌 사진 때문에 성형 논란에 휩싸였다. 모처럼 매끈하게 면도한 그의 얼굴은 평소보다 20년은 젊어 보였다. 그의 출연작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 빗대어 ‘브래드 피트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는 농담이 쏟아졌다. 영국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그의 귀 앞 흉터와 귓불 위치 변화를 미루어 1억원 상당의 딥 플레인 안면 거상술을 받았을 거라 추측했다. 브래드 피트는 자신을 둘러싼 야단법석에 응답하지 않았다.

끝없이 성형 논란에 휩싸이는 켄달 제너는 최근 팟캐스트에 출연해서 성형외과 의사들이 연예인의 얼굴을 분석하며 무슨 무슨 수술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게 대중에게 유해하다는 발언을 했다. 옳은 말이다. 의사들의 분석이 다 맞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마케팅에 놀아날 필요가 없다. 최근 린제이 로한, 엠마 스톤, 앤 해서웨이,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도 안면 거상 논란에 휩싸였는데 의사들끼리도 상반되는 분석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크리스 제너 같은 사례가 ‘전문가도 못 알아볼 정도로 감쪽같고 자연스러운 안면 거상’에 대한 대중의 환상을 부추긴다.

크리스 제너는 70세인 지난해 로렌 산체스의 브라이덜 샤워에 불로초라도 먹은 것 같은 얼굴로 등장했다. 가십 미디어, 틱톡, 유튜브가 난리가 났다. 카다시안 가문의 설계자답게 크리스 제너는 자기가 받은 수술과 담당 의사까지 시원하게 대중에 공개했다. 이 사건은 미국 엘리트 성형 의학계의 첨예한 논쟁거리인 ‘딥 플레인과 스마스(SMAS) 중 뭐가 나은가?’라는 논쟁을 재점화시켰다.

1970년대 중반 한 스웨덴 의사가 환자의 얼굴을 절개해 진피와 근육층을 잇는 표층 근건막 체계, 즉 ‘스마스’를 잡아당기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그 후 스마스는 안면 거상술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1990년대 미국의 한 성형외과 의사는 스마스만으로 휑한 눈 밑이나 꺼진 뺨을 교정하기 어렵다며 한 단계 깊은 부위까지 절개해 뺨 전체를 들어 올렸다가 재배치할 것을 제안했다. 이른바 ‘딥 플레인’ 방식이다.

딥 플레인은 스마스보다 위험하다거나, 피부와 스마스를 한 덩어리로 이동하느냐 따로 이동하느냐의 차이일 뿐 깊이는 같다거나, 환자에 따라 선택할 문제라는 이유로 정통 성형 의학계의 주류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5년여간 상황이 바뀌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로 수련을 받은 후 성형외과로 전환한 젊은 의사들이 ‘안면 성형외과 의사’라는 타이틀 아래 딥 플레인을 주력 상품으로 밀고 있다. 마크 제이콥스와 가수 시아도 이 수술을 받았다.

지난해 <더 컷>은 미국 안면 거상 수술의 현재를 진단하는 심층 취재 기사를 실었다. 그에 따르면 딥 플레인 진영은 스마스가 낙후한 기술이라 여기고, 스마스 진영은 긴 시간을 통해 검증된 자기들 기술이 낫다고 주장한다. 기사에는 크리스 제너의 새 얼굴을 보고 딥 플레인이라 확신하던 안면 성형외과 의사들이 제너가 스마스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자 결과를 헐뜯기 시작했다는 언급도 있다.

의사들의 기싸움까지는 우리가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건 최근 몇 년간 의사들의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 덕분에 대중이 안면 거상술에 놀라운 신기술이 탄생한 줄 안다는 것이다. 과거 안면 거상이라면 터널에서 강풍을 맞고 있는 것처럼 울퉁불퉁하게 뒤로 쏠린 피부를 떠올렸다. 팽팽하게 당겨진 ‘팜비치 뺨’과 ‘조커 입’, 팀 버튼 버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처럼 치켜 올라간 눈썹과 사나운 눈매, 썰어둔 지 2시간 된 해삼 같은 입술, 말년 운이 꽤 험할 것 같은 초라한 하관이 함께였다. 어린이가 서툴게 그린 인물화처럼 대칭이 안 맞는 경우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늙은 얼굴이냐 부자연스럽게 젊은 얼굴이냐, 선택지는 둘뿐인 것 같았다. 그런데 요즘은 ‘비교적’ 자연스럽게 젊은 얼굴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50년 역사가 쌓이면서 수술이 정교해지고 의사들의 실력이 향상된 덕분이다. 전 세대 피수술자들이 귀 부위 절개 자국을 덮으려 옆머리를 미역처럼 늘어뜨리고 다녔다면 요즘 미디어에 나오는 성공 사례에서는 봉합 부위도 감쪽같다. 수술받지 않고도 곱게 나이 드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처럼 보일 것, 성형 의학의 이런 꿈이 마침내 실현 단계에 도달한 듯 보인다. 거기에 새로운 용어까지 결합하니 과거 안면 거상의 단점이 모조리 해결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한때 필러와 보톡스가 젊음의 묘약처럼 여겨졌다면 요즘은 뭉치거나 처진 주입물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주입물을 제거하고 나면 늘어난 피부를 해결해야 한다. 시술에서 수술 단계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다이어트 주사와 약이 인기를 끌면서 급격히 살이 빠져서 얼굴이 휑해진 사람도 많다. 그렇기에 미국에서는 안면 거상술 환자의 3분의 1 이상이 35세에서 55세 사이일 정도로 연령이 당겨졌다고 한다. 성형외과 쪽 관점으로 보면 안면 거상은 기술로나 대중성으로나 과거의 법칙이 무너지고 돌이킬 수 없이 가속화되는 ‘특이점’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세상 사람이 다 돈으로 젊음을 사서 80대에도 35세처럼 보인다면 나만 자연주의를 추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친구와 외출했다가 “모녀 사이가 참 다정해 보여요” 소리를 듣고 기분 상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당장 60, 70, 80세 생일을 위한 안면 거상 적금 통장을 만들어야 할까? 그 전에 다른 분야 의료인의 입장도 살펴봐야겠다.

성형수술이 대개 그렇듯 안면 거상에 대해서도 실패 사례는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자료를 보면 감각 저하, 신경마비, 주름 증가, 안면 비대칭 등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피부과 의사들은 수술이 피부의 자기 회복력을 깎아먹는 행위라고 경고한다. 안면 거상 같은 해부학적 파괴 행위를 겪고 나면 수술 직후에는 팽팽해 보일지 몰라도 2년만 지나면 피부가 자생력을 잃고 더 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흉살 때문에 얼굴이 울퉁불퉁해지거나, 살이 잘못 당겨져서 주변부가 파이거나, 코가 들리거나, 절개부에 탈모가 오거나, 심할 경우 신경이 영구 손상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거상뿐 아니라 보톡스, 필러, 스킨부스터, 실 리프팅 등 피부과 시술도 미래의 탄력을 가불해서 쓰는 행위라며 침, 추나, 한약을 마케팅한다.

비용도 문제다. 크리스 제너는 2011년에 이미 안면 거상을 받은 전력이 있다. 말인즉 안면 거상이 한 번으로 끝나는 수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술 비용은 한국이 600만원에서 3,000만원 수준으로 그다지 서민 친화적이라 할 수 없다. 앞서 언급한 <더 컷> 기사에 따르면 크리스 제너의 이번 수술을 집도한 스티븐 레빈 박사에게는 하루 9,000건씩 문의가 들어오고 있으며, 환자들은 20만 달러에서 30만 달러를 견적으로 받아들었다.

모든 성형수술에 근본적으로 제기되는 질문 하나가 여기서도 마지막으로 남는다. 아무리 성공한 성형수술이라도 횟수가 누적되면 인위적인 느낌이 커지기 마련이다. 로봇공학에는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라는 게 있다. 사람은 자신과 닮은 로봇에 호감을 느끼지만 정도가 심해지면 불쾌감을 느낀다. 그러다가 로봇이 완벽하게 사람을 모방하기 시작하면 다시 호감이 올라간다. 호감도가 뚝 떨어지는 그 구간이 ‘불쾌한 골짜기’다. 요즘은 인간이 성형을 거듭하다가 인위적인 느낌이 심해져서 보는 사람이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에도 이 표현이 쓰인다. 그런데 성형에서의 불쾌한 골짜기는 엄밀히 말해 골짜기가 아니다. 다시 호감도가 올라갈 여지가 있어야 골짜기지, 여기는 그저 낭떠러지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거울이나 카메라에 담긴 내 모습만 들여다보면서 걸으면 이 낭떠러지에 발을 헛디딜 수밖에 없다. 노화를 되돌리려는 몸부림은 이 낭떠러지로 가는 가속페달이 되기 십상이다.

최근에 나는 평소 좋아하던 30대 배우와 유튜버가 이 낭떠러지에 발을 절반쯤 걸친 모습을 보았다. 과하게 당겨진 입술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로봇의 불쾌한 골짜기도 주로 입 모양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고 한다. 낭떠러지에 선 그 여성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솔직한 조언을 해주면 좋겠다. 그런데 나는? 어디까지가 적절한 수술이고 어디서부터는 하면 안 되는 수술인지 과연 구분할 수 있을까? 자신 없다. 그러니 수술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을 다시 고민해보려 한다.

한국은 동안 선망이 심한 나라다. 아이돌의 옷차림과 유아 같은 말투는 차치하고라도, 30~40대 일반 여성이 젊어 보이려고 보험으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게 뉴스에 나올 정도다. 건강한 성인에게는 항노화는커녕 말단비대증이나 당뇨 같은 부작용만 우려되는 처방이다. 어려 보이는 데 집착하다 보면 잊어버리기 쉽다. 우리가 왜 어려 보이려 하는지를. 어려 보인다는 것과 아름다워 보인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동안의 기준도 나이가 들면서 바뀐다. 방송인 박경림은 20~30대에 큰 광대뼈와 넓은 턱 때문에 외모 칭찬은 못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보존된 뼈 덕분에 살 처짐이 덜해서 또래보다 젊어 보인다거나 우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좋은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맑은 안색, 교양 있고 영민한 화술도 한몫했을 것이다.

바이오메디컬의 진화를 더 지켜볼 필요도 있겠다. 2026년은 임플란트를 대체할 치아 뿌리 재생 기술이 상용화를 앞둔 시점이다. 경구 비만약과 탈모약도 오늘내일한다는 뉴스가 있다. 예뻐지려고 째고 꿰매고 피를 쏟는 위험한 수술을 감내해야 하는 세상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모든 인위적인 기술에는 시대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지금은 ‘이만하면 감쪽같네’ 하지만 언젠가는 안면 거상의 미세한 흔적이 갈매기 눈썹 문신처럼 촌스럽게 여겨지는 날이 올 수도 있다. 만약 70대인 내 어머니가 안면 거상을 받고자 한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겠지만 나는 아직 더 기다려보고 싶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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